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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정상까지 가렵니다” …평균연령 70세 K-노인단, 1회 워킹풋볼 월드컵 출격한다

입력 | 2023-06-09 18:59:00


영국에서 열리는 2023 월드 네이션스컵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이 7일 서울 구로구 안양천 축구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선수단은 22일 출국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평균 나이 70세의 시니어 노인들이 이색 축구 월드컵에 도전장을 냈다.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영국에서 열리는 2023 국제워킹풋볼연맹(FIWFA) 월드 네이션스컵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 7일 서울 구로구 안양천 축구장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대표팀은 60세 이상 그룹 대회에 출전한다.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사실상의 시니어 월드컵이다.

워킹풋볼(Walking Football)은 몸이 불편하거나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시니어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축구 경기다. 2011년 영국에서 첫 선을 보였다.국내에서는 경도인지장애(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 등의 증세가 있는 시니어들의 재활을 돕는 운동으로 조금씩 보급됐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가들에서 치매 예방 등의 스포츠로 적극 장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워킹풋볼리그에 22개팀이 참가하고 있다. 동호회들도 다수 있다.

축구와 규칙은 다르다. 달리면서 공을 차는 게 아니라 한 발을 땅에 댄 채 걸어서 움직이고 공을 다룬다. 선수간 태클과 어깨, 몸싸움은 허용되지 않는다. 부상 방지를 위해 경합 상황을 방지하는 규정이다. 선수들은 축구화가 아닌 트레이닝화를 신는다. 한 팀은 6명(골키퍼 포함)으로 구성된다. 머리 높이 아래로 패스를 해야하고 골 에어리어(6m) 안에서 슛을 할 수 없다.

접촉이 금지되기 때문에 공격하는 팀이 공격을 전개할 때 수비팀은 공을 뺏을 수 없다. 공격하는 팀도 수비하는 팀 선수를 밀치거나 넘어뜨릴 수 없다. 그러면 반칙이 선언돼 프리킥, 페널티킥 등이 주어진다. 반칙을 3회 하면 블루카드를 받아 2분간 출전 금지된다. 이후 3회 반칙을 더하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된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20분씩(휴식 5분)이다. 경기장 규격은 일반 축구 경기가 열리는 구장의 절반 사이즈다.

월드 네이션스컵을 주최하는 FIWFA는 2018년 영국에서 창설됐다. 등록 회원국은 50여개다. 이번 대회에는 20여개 나라가 참가 신청을 했다. 한국은 60세 A조에서 잉글랜드, 프랑스, 일본, 캐나다, 스페인과 맞붙는다. 대회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훈련장인 세인트 조지 풋볼 파크에서 열린다. 2회 대회는 2025년 사우디아리비아에서 개최되고, 한국은 2029년 4회 대회 유치를 노리고 있다.

초대 월드내셔널컵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김강남 감독.


2021년 6월 설립된 대한워킹풋볼협회(회장 한상철)는 지난 달 각 지역 선수들 중에서 대표 선수 12명 선발을 마무리 짓고 7일부터 훈련에 들어갔다. 선수단 평균 연령은 70.9세다. 전 국가대표인 김강남 감독(69)이 지휘봉을 잡고 감독 겸 선수로 뛴다. 김 감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김정남 전 울산 감독의 친동생이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팀 유공과 대우에서 활약했으며 1975년부터 1983년까지 국가대표 A매치 39경기에 출전해 6골을 기록했다.

원흥재 선수(75)도 축구인이다. 숭실대 감독을 지냈고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U-20 월드컵)에서는 코치로 박종환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어냈다. 청소년 대표 출신인 양대길 대한워킹풋볼협회 사무총장(67)도 선수로 참가한다.

선수단은 22일 영국으로 출국한다. 김 감독은 “예선을 통과해 결선토너먼트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며 “황혼기에 접어든 시니어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