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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의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단체와 간호사들이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9일과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포함돼 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따로 떼어내 간호사 등의 업무범위와 권리를 규정하고,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등을 담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은 대통령이 오는 9일 또는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직역 간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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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정부가 간호법 중재안(간호사 처우개선법)을 마련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명분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과 곽지연 간무협 회장의 단식 투쟁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이 증폭되던 여소야대 지형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많았다는 점에 비춰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노동쟁의조정법 등 7건을 국회로 돌려보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등 거부권을 6차례 행사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 간호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선 간호법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2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간호법이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재차 밝혔다. 같은날 대통령실은 ”(간호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약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간협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온라인 공약플랫폼인 대선공약 위키에 간호법 제정을 포함시켰다“면서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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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일각에서는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이 국회를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고유한 장치이지만,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기 위해 실제 행사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양곡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한 차례도 쓰지 않았다.
현행 헌법과 법률에 정당한 거부권 사유가 무엇인지 규정돼 있진 않지만, 직역 간 갈등을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삼기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간호협회를 방문해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과 상식에 맞게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간호법 제정을 돕겠다는 취지를 밝혀 거부권 행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의협·간무협 등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3일에 이어 오는 11일 연가를 내거나 단축 진료를 하는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16일까지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7일 연대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