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에세이 낸 배우 양희경
배우 양희경. 달 제공
시간이 흘렀다. 배우가 된 동생은 TV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부엌을 벗어나진 못했다. 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집에 돌아와 밥을 차리면서 서러울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을 바꿨다.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 와 밥 좀 먹어”라며 초대해 함께 밥을 해 먹고 놀았다. 부엌에서 지내는 시간을 긍정하니 요리가 일이 아닌 ‘놀이’가 됐다. 지난달 24일 에세이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달)을 펴낸 배우 양희경 씨(69) 이야기다.
배우 양희경은 연극, TV 드라마,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활동했다. 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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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연극 ‘자 1122년’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에서 주로 말썽을 일으키는 고모나 이모 역할을 맡아 ‘국민 고모’로 불린다. 연극 ‘늙은 창녀의 노래’(1995년) ‘자기 앞의 생’(2019년), 드라마 ‘딸 부잣집’(1994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년) 등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프로 연기자로 인정받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두 아들의 집밥을 챙겨야 하는 주부였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줄 수 없으니 밥이라도 잘해주자 싶었거든요.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건 투쟁이었어요.”
배우 양희경이 음식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젊은이들이 배달음식만 시켜 먹지 않았나요. 혼자 사는 이들이 스스로 집밥 해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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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가수 양희은(왼쪽)과 동생 배우 양희경은 희노애락을 함께한 친구 같은 사이다. 달 제공.
“아들 권유로 시작한 유튜브인데 요즘 집밥 그리운 사람이 많은가 봐요. 전 언젠가 ‘동네 밥집’을 차리고 싶어요. 내고 싶은 만큼만 돈을 내면 집밥을 먹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요.”
그는 2013년 영화 ‘고령화 가족’ 이후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다. 그러나 1일 통화 때 그는 “촬영 차 전남 여수시에 머물고 있다. 10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무슨 역할인지, 고희(古稀)가 코앞 인만큼 역할에 제약이 생기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고모 역할을 맡을 때도 골라서 한 게 아니듯, 전 제게 오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다만 세상이 내 연기가 필요 없다고 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러다 정말 섭외가 안 오면 집밥 해 먹으며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어떤 영화인지는 아직 비밀!”
에세이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표지. 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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