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케이건 미국 백악관 선임국장이 어제 한미 핵협의그룹(NCG) 설립 등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에 대해 “사실상의 핵 공유 협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 의사가 없고 핵 사용에 대한 유일한 권한도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대통령실이 전날 “미국과 핵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설명한 데 대해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미국 측이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이 나오자마자 한국 측 설명을 반박한 것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핵 공동연습’을 언급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즉각 “아니다”라고 잘라 말해 불거졌던 논란을 연상시킨다. 당시엔 용어상 혼선이 낳은 해프닝 정도였지만 이번 경우엔 양국 간 뚜렷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 엇박자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으로선 대북 확장억제 공조에 대한 한국 측의 지나친 의미 부여가 자칫 미국에 대한 더 많은 요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서둘러 오해의 요소를 차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선언에 따라 만들어지는 한미 NCG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유럽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의 사용을 공동으로 계획하고 운용하는 핵 공유 체제의 핵기획그룹(NPG)을 모델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한미 간엔 공유할 핵, 즉 한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이 없고 향후 배치할 계획도 없는 만큼 전제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한미 협의체의 명칭도 ‘기획’이 아닌 ‘협의’로 결정됐다. 우리 정부도 이런 한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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