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쏟아진 법안 중 실제로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여야 각 정당이 참여하는 국정조사까지 벌였지만 실제 입법으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이 공동 발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뒤 재난안전법 33건 발의, 처리는 ‘0’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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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사고 예방 및 사후 수습 대책을 담은 법안들은 정작 참사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여야가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및 탄핵 소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공방만 벌였을 뿐 실질적인 제도를 바꾸기 위한 법안 처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 개정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 책임을 정하는 법안을 제정했다가 오히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면책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책임자에 대한 사법 처리가 정리된 다음 법을 개정하자는 여야 행안위원의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관심이 쏠린 문제에 대해 일제히 입법에 나서고, 정작 사후 처리를 방관하는 국회의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이후 스토킹 행위자 위치 추적 등을 담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5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그나마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국가 등의 책무를 담은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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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놓고 충돌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들이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지만 여야의 관심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만 쏠려 있다. 야4당은 20일 17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진상규명을 하고,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국회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동발의했다. 그러나 이 특별법에 대해 국민의힘은 “재난정치법”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5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특조위원 추천의 구성이 지나치게 편파돼 있다”며 “추천위원 9명 중 유가족과 야당이 6명을 추천하게 돼 있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총선 때까지 쟁점화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어보겠다는 총선 전략 특별법”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