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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팀에 온 ‘우승 청부사’… “페퍼에 ‘첫 별’ 달아주고 싶어”

입력 | 2023-04-21 03:00:00

여자부 역대 최대 FA 계약 박정아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페퍼저축은행에서 뛰게 된 박정아는 “매일 똑같이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하다 보면 새로운 일을 할 기회가 잘 없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가서 메뉴를 고르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새로운 게 나오면 꼭 시도해보는 편”이라며 웃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 당시 박정아. 박정아 제공·사진 출처 국제배구연맹(FIVB) 홈페이지


“꼴찌였으니까 이젠 올라갈 일밖에 없잖아요.”

이번 프로배구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화제를 일으킨 선수는 단연 박정아(30·아웃사이드 히터)였다. 박정아는 이번 시즌 한국도로공사 소속으로 팀의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 우승을 이끌었다. 박정아는 챔프전 5경기에서 팀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87점을 올렸다. 챔프전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박정아는 6년간 몸담았던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두 시즌 연속으로 최하위에 그친 팀이다.

박정아는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을 기회가 온다면 잡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박정아는 흥국생명 김연경(35·아웃사이드 히터)과 똑같이 여자부 연간 보수 상한선인 7억7500만 원에 계약했다. 김연경은 1년 계약이라 3년 계약을 맺은 박정아가 이번 여자부 FA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에 사인한 선수다.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 외에도 복수의 팀이 박정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한 구단은 시즌 종료 후 대만으로 개인 여행을 떠났던 박정아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아헨 킴 페퍼저축은행 감독(38)도 여행 중인 박정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설득에 나섰다. 박정아는 “‘새로운 배구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감독님 말씀이 와 닿았다. 팀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나 또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박정아의 페퍼저축은행 입단은 ‘색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박정아는 프로 첫 소속팀이었던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에서 푸른색 계열의 유니폼을 주로 입었다. 페퍼저축은행에서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다. 박정아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빨간 유니폼을 오래 입어서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며 “한국도로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고은(28·세터), 대표팀에서 같이 뛴 이한비(27·아웃사이드 히터) 등이 있어 팀 적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IBK기업은행에서 3회, 한국도로공사에서 2회 챔프전 정상을 차지해 현대건설 황연주(37·오퍼짓 스파이커), 한국도로공사 임명옥(37·리베로)과 함께 여자부 챔프전 최다 우승(5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구단에 모두 창단 후 첫 우승을 선물해 ‘우승 청부사’로도 불린다. 박정아는 “어릴 땐 ‘은퇴하기 전에 다섯 번 우승하겠다’고 장난처럼 이야기했는데 정말 그 목표를 이뤘다”면서 “이젠 몇 번을 말하기보다는 새 팀에 왔으니 첫 번째 ‘별’을 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박정아는 새 팀 합류에 앞서 24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한국은 6월 1일부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일정을 소화하고 9월에는 2024 파리 올림픽 세계 예선과 항저우 아시아경기에도 참가한다.

김연경, 양효진(34·현대건설) 등의 국가대표 은퇴로 세대교체 중인 대표팀은 지난해 VNL에서 12전 전패를 당하며 최하위에 그치는 등 부진을 겪었다. 박정아는 “대표팀이 처음인 선수도 많다 보니 버거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분명 지난해보다 좋아질 거란 기대가 있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 매일매일 발전하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