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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공무원 아니다”는 박영수의 ‘공무원 농단’[횡설수설/서정보]

입력 | 2023-04-19 21:30:00


“특별검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이끈 박영수 전 특검의 변호인들은 18일 박 전 특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첫 재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박 전 특검은 2020년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 씨에게 포르셰 렌터카와 수산물 선물 등 336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검은 변호사 중에서 임명되지만 특검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은 특검의 보수와 대우는 고등검사장에 준한다고 했다. 또 특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검보와 특별수사관도 각각 검사장, 3∼5급 상당의 별정직 국가공무원에 준하는 보수와 대우를 받도록 돼 있다. 2022년 특검법이 시행되기 전 특검을 요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정된 개별 특검법에서도 같은 규정을 뒀다. 특검은 공무원도 보통 공무원이 아니라 고위직 공무원이다.

▷박 전 특검 측은 지난해 기소 당시 특검이 ‘공무수행 사인(私人)’이란 주장을 한 적도 있다. 법률에 따라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민간인, 예를 들어 오지에 근무하는 별정직 우체국장이나 운행 중인 선박의 선장 같은 수준의 지위에 그친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에선 공무원이 아닌데도 공적 역할이 막중하다는 이유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이 처벌 대상이다. 특검이 설혹 공무원이 아니라 공무원에 준할 뿐이라고 하더라도 특검까지 지낸 사람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어떻게 공무원이 아니라는 항변을 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박 전 특검은 청탁금지법 말고도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의혹에 연루돼 있다. 대장동 일당이 언급한 ‘50억 클럽’에 이름이 등장한다. 박 전 특검의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 원대의 차익을 남겼고, 대여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특검 인척이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와 김만배의 수상한 거래도 있다.

▷우리나라의 특검은 미국의 특검을 본떠 만들어졌다. 미국에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특검의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를 계기로 1978년 정부윤리법(Ethic in Government Act)이 제정됐다. 특검은 최고위직 공무원의 윤리 준수를 관철하기 위한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윤리적일 것이 요구된다. 특검 시절의 박 씨는 공무원이 아니었던 게 아니라 공무 의식이 없는 공무원이었을 뿐이다. 이제 보니 특검으로서의 공무 의식은 고사하고 공무 수행 사인의 윤리 의식에도 미치지 못한 듯하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