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학교 적응기 펴낸 김윤정 씨 인사, 가방 정리, 교과서 펼치기 등 교실 비슷한 곳 만들어 철저히 준비 특정 과목에선 분리학급 활용하고, 친구에게 아이 상태 정확히 알려야 “비슷한 학부모 돕고 싶어 책 출간… 시간 조금 더 걸릴 뿐 분명히 성장”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아람초 상담교실에서 만난 김윤정 교사는 “장애 자녀를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 시키기 위해서는 착석과 모방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양=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이 아이들도 분명 성장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 착석과 모방만 잘해도 ‘절반의 성공’
도훈 군은 생후 36개월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다. 자녀가 특수교육 대상인 경우 부모들은 취학 시기에 고민이 가장 크다.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일반학교 중에서도 비장애 학생과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통합학급과 장애 학생끼리 편성되는 분리학급은 아이가 마주하는 환경이 크게 다르다. 김 교사는 “아이가 혼자 식판에 담은 밥을 먹을 수 있는지, 옷과 신발을 스스로 신고 벗을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서울 은평구 은평구민회관에서 김 교사와 남편(왼쪽), 아들 도훈 군(아래)이 줄넘기 대회 메달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윤정 씨 제공
통합교육을 희망하는 부모들에게 김 교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착석과 모방’이다.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지 않고, 다른 친구들이 하는 활동을 흉내 낼 수만 있으면 학교 적응이 그만큼 수월해진다는 의미다. 그는 “통합수업을 위해선 다른 학생들의 배려와 이해도 중요하지만, 수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내 아이를 준비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교육 과정에선 부모와 학교의 소통이 중요하다. 아이가 통합학급을 버거워하지는 않는지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김 교사는 “일주일에 몇 시간 또는 특정 과목은 잠시 분리학급에서 수업을 듣는 등 아이의 컨디션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아이 상태 정확히 공유해야”
학교라는 공간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 교사가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한 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부모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도훈 군을 1학년 방과 후 돌봄교실에 보낼 당시 돌봄전담사는 아이를 맡는 것을 거부했다. 돌발 행동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이 돌아올까 부담을 느껴서였다. 김 교사는 도훈 군이 착석 훈련이 돼 있고, 이상 행동이 없다며 돌봄전담사를 설득했다. 첫 주는 하루에 30분, 괜찮으면 시간을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도훈 군도 돌봄교실을 다닐 수 있게 됐다.
팬데믹 기간은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가정엔 큰 고비였다.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아이들은 또래와 교류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김 교사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도훈 군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 올해 목표는 쉬는 시간에 잘 노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김 교사는 “처음에는 쉬는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관찰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 비장애 자녀에게도 관심을
장애 가정의 부모들이 갖는 공통적인 고민은 비장애 자녀 교육 문제다. 어려서부터 장애 자녀에게 관심을 쏟게 되다 보니 비장애 자녀들은 부모의 관심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김 교사도 늘 신경 쓰는 부분이다. 김 교사는 “딸이 ‘나도 소중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한다”며 “한 달에 한 번은 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거나 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애 아동은 나이가 들수록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또래들과 학력 격차는 벌어지고, 관계 맺기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 교사의 바람은 도훈 군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자립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을 들여도 아이가 변하는 게 잘 보이지 않죠. 그래서 더 힘들어요.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부모가 조금만 기다려주면 분명 희망이 보일 거라고 동료 부모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고양=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