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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바흐-드뷔시에 빠진 사카모토… 여러 장르 융합한 독창적 음악 만들어

입력 | 2023-04-04 03:00:00

2014년부터 암과 싸우며 창작
설치미술 결합한 오페라 제작도
별세 소식에 음악인들 잇단 애도
BTS 슈가 “먼 여행 평안하시길”



사카모토 류이치는 암투병 중이던 2021년 오페라 ‘Time’ 발표 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죽고 나면 땅에 묻혀 모든 살아있는 것의 거름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베네치아=AP 뉴시스


아시아인 최초로 영화 ‘마지막 황제’(1987년)로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지난달 28일 71세로 별세한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린 건 ‘마지막 황제’를 비롯해 ‘마지막 사랑’(1990년), ‘리틀 부다’(1993년) 등 영화음악을 통해서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남한산성’(2017년)의 음악도 그가 맡았다.

도쿄예술대 작곡과를 나온 그는 호소노 하루오미,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3인조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전자음악에 클래식과 현대음악 요소를 가미하며 일본 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YMO의 대표곡 ‘Behind the Mask’는 마이클 잭슨과 에릭 클랩턴이 리메이크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사카모토는 여러 음악적 요소를 통합하고 재해석하며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사카모토와 자주 협업했던 음악가 카스텐 니콜라이는 “사카모토는 여러 장르를 융합한 독창적 스타일이 음악의 미래임을 알았다”며 “그를 이끈 것은 호기심”이라고 2021년 인터뷰에서 밝혔다.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모토는 3세부터 피아노를 치며 작곡을 시작했다. 바흐와 드뷔시의 음악에 심취했고, 11세에는 존 케이지의 실험 음악에 빠졌다. 연주 시간 동안 아무 연주도 하지 않는 케이지의 곡 ‘4분33초’를 좋아해 스스로를 “4분33초가 작곡된 해(1952년)에 태어났다”고 말하곤 했다.

사카모토의 또 다른 대표곡은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년)의 주제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다. 데이비드 보위와 함께 출연을 제안받은 사카모토는 영화음악도 함께 맡는 조건으로 연기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Back to basics’ 등 솔로 앨범을 내며 클래식에 바탕을 둔 음악으로 돌아갔다. 이때 발표한 ‘에너지 플로’는 연주곡으로는 처음으로 1999년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를 겪는 일본의 ‘잃어버린 시대’를 위로한 피아노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구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2020년 암이 재발했지만 음악을 만들고, 설치미술과 결합한 오페라 ‘TIME’도 제작하며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2021, 2022년 제작한 앨범 ‘12’는 소리와 여백이 교차하는 미니멀리즘한 음악을 담았다. 유작이 된 앨범을 발표하며 그는 말했다.

“음은 더 적게, 공명은 더 많게 하고 싶었다. 여백은 침묵이 아니라 소리가 이어지는 공간이다. 소리로 샤워를 하고 싶었다. 나의 지친 육신과 영혼에 작은 치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생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어떤 음악이 들리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바흐가 좋겠다. 거의 평생 들어왔으니까.”

한편 그의 별세 소식에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배철수도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추모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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