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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反日 외치며 이득 취하려는 세력 있어”

입력 | 2023-03-22 03:00:00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야권 직격하며 국민 설득 나서
野 “파시스트로 매도” 반발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우리 사회에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을 “굴종 외교”라고 비판한 야권과 문재인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20여 분간 한일관계에 대해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정면 돌파 카드를 선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 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작금의 엄중한 국제 정세를 뒤로하고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한일 관계 복원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향후 한일 관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일본의 호응 조치에 대해선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했다”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며 격렬히 반발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작심을 한 듯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방일 외교에 대해 장광설을 쏟아냈다.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을 파시스트로 매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자신들 정권 때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는 차원인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尹 “최악 한일관계 방치, 대통령 책무 저버리는 것” 국민 설득


국무회의 野 -文정부 직격

원고 16쪽 중 14쪽이 ‘한일관계’
“과거 넘어서야” 박정희-DJ 소환
우호 위해 배상 포기 中사례도 거론
피해자 후속조치는 한줄 언급 그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오전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5792자(공백 제외) 분량의 모두발언을 20여 분 동안 읽어 내려가며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와 후속 조치, 한일 관계 개선의 당위성을 쏟아냈다. 16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야권의 공세가 격화하고, 지지율 하락 국면이 이어지자 사실상 대국민 담화로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이다 .


● 文 대통령 겨냥 “전임 정부 수렁 한일 관계 방치”

이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로 명시한 3·1절 기념사(1006자·공백 제외)보다 5배로 길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한 발언은 A4용지 16쪽 분량의 원고 중 14쪽에 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담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 못다 한 윤 대통령 의중이 모두 담겼다고 보면 된다”며 “대국민 담화 수준”이라 전했다.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어록으로 발언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면서도 “과거에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이 2018년 해체되고,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파동 등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았던 문재인 정부 시기 사건들을 나열하며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동포들이 피해를 보고 경제와 안보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고 직격했다.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 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왔다.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던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강제징용 해법인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선 일각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제3자 변제안은)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1972년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 관계를 위해 일본에 대한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제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려던 시도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결단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추진 사례를 길게 언급하기도 했다.


● 피해자·유족 관련, 구체 조치 없이 한 대목
다만 윤 대통령의 발언 중 강제징용 피해자·유족을 설득하는 후속 조치와 관련한 언급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한 대목만 담겼다. 제3자 변제안 진전을 위해 피해자·유족의 동의, 수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을 보듬는 구체적 해법 제시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로 꼽히는 사과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를 거론하며 “이번 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정부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호응 조치가 이번 정상회담 결과물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도, 위안부 합의 이행,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등 이번 회담 논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왜 일본을 두둔하고 전 정부를 깎아내리는가. 전 정부와의 차별화가 국익과 국민 자존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비판했다.





박진 “韓보다 日정부 말 믿나” vs 野 “굴욕외교 국정조사 추진”


與野, 외통위서 한일 정상회담 충돌

野 “제3자 변제, 국익에 배임행위”
與 “前정권이 저질러 놓은 것 수습”
이재명 ‘독도의 날 법정기념일’ 발의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앞줄 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박 장관 옆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일본 관방부 부장관은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포함됐고 위안부 합의에 대해 (논의됐다고 했다).”(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한국 정부가 아닌 일본 정부의 말을 믿는 것이냐.”(박진 외교부 장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싸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독도,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정상회담 내용을)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민주당은 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신(新)을사조약에 버금가는 대일 굴욕외교”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지난 정권 때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는 차원”이라며 “민주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野 “탄핵 사유”, 박진 “심각한 명예훼손”
이날 현안 보고를 위해 열린 외통위에선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한 민주당의 성토가 이어졌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일본 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와 국익을 보호해야 될 대통령이 주권자의 이익을 저버리는 배임 행위”라면서 “대통령과 장관에게는 헌법이 규정한 명백한 탄핵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탄핵을 말씀하시는데 심각한 인신공격이고 명예훼손”이라면서 “정부의 정책 판단은 탄핵 사유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는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펼쳐졌다. 일본 언론의 관련 보도에 대통령실은 “전혀 근거 없는 왜곡 보도”라고 20일 반박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대통령실 입장처럼)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대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 문제를 언급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의제로 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일본이 이번에 취한 자세를 전부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는 매듭지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직후 “강제동원이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에게 정식으로 항의했다며 “(하야시 외상으로부터) 일본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답을) 들었다”고 했다.


● 朴 장관 “日 이번 자세 전부 만족스럽진 않아”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및 수산물 수입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일본 외신은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문제까지 (정상회담에서) 얘기했다고 하는데 정부는 명확하게 대답을 못 하고 있다”며 관련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며 정말 당당하게 정상회담을 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역술인 ‘천공 스승’의 영상을 틀며 “이번 친일 외교의 기조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천공의 지침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순실에서 천공으로 ‘바통 터치’된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대통령의 방일과 천공이 어떻게 직결돼 있느냐”면서 “국정과 무관하고 공세와 정쟁을 위한 질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여당 의원들은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하며 정부 측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폭탄 돌리기 한 것을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되겠다고 해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매년 10월 25일을 ‘독도의 날’ 법정기념일로 제정하는 법안을 같은 날 발의하면서 ‘반일 이슈’에 불을 지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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