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손 이사장은 17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싼값에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면 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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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규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아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 이사장은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라며 “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겹다. 지금이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매도 전면 허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외신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는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의 일부”라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공매도의 완전한 재개 여부는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지만 손 이사장은 한국 유일의 증권거래소 수장이라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