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상추-생강 1년새 2, 3배 올라 일부 재료 빼거나 메뉴서 삭제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양파가 진열돼 있다. 오이·양파·대파·애호박 등 주요 채소 도매가격이 난방비 상승과 학교 개학에 맞물려 재차 폭등했다. 2023.03.05. 뉴시스
월동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밥상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파와 폭설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난방비 상승으로 시설재배 작물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애호박, 생강 등 한식에 자주 쓰이는 신선식품 값이 널뛰면서 가정과 식당은 물론이고 신학기를 맞은 급식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식당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력난 등으로 농가의 재배 면적은 줄어든 상태에서 최근 소비가 갑자기 늘면서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양고추와 풋고추 10kg 가격은 각각 최고가 20만∼22만 원을 넘나들며 1년 전보다 2∼3배로 올랐다. 적상추(4kg)는 3만 원을 넘으며 지난해의 2배로 뛰었고, 생강(10kg) 도매가도 지난해 3만3000원대에서 최근 9만5000원으로 거의 3배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물에 냉동 채소를 쓰거나 가격이 덜 오른 재료로 바꾸는 식당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분식집에서는 고추 속을 채워 통째로 튀기는 고추튀김을 당분간 메뉴에서 빼기로 했다. 또 다른 백반집 사장은 “갈치조림에 청양고추 10개씩 넣던 것을 3개로 줄였다”고 말했다.
신학기 식단을 짜는 급식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김호균 한국급식협동조합 이사장은 “40년간 급식을 해왔지만 재료 가격이 이렇게 오른 건 처음”이라며 “학교 급식은 국산 농산물을 쓰는데 작년 10월부터 오른 가격이 봄이 돼도 안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대 등에 국산 김치를 납품하는 S사는 “고추, 오이, 생강 등 가격이 다 올랐지만 납품가를 바로 올리긴 어렵다”며 “중국산을 쓸 수도 없어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