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가구 컨테이너 임시주택서 생활 “보상금으론 새집 지을 엄두도 못내” 代이어온 송이채취 일터도 사라져 “숲 복원되려면 20년이상 걸릴 것”
지난달 28일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의 한 야산에 중장비가 투입돼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 당시 타버린 나무들을 벌채하고 있다. 울진=최재원 채널A 기자 j1@ichannela.com
“가마 타고 시집올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어요. 어서 집에 돌아가는 게 마지막 소원이죠. 그런데 언제나 가능할지….”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4일이면 꼭 1년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울진군 북면 신화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미자 씨(78·여)는 여전히 컨테이너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 씨는 “요즘에도 꿈에 산불이 나오면 가슴이 뛰어 약을 먹는다”고 했다. 1년 전 산불의 직격탄을 맞았던 이 마을은 주택 30채 가운데 22채가 타 버려 주 씨를 비롯한 15가구 주민이 여전히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순식간에 강원 삼척까지 번졌다.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 1만6302㏊(울진 1만4140㏊·삼척 2162㏊)를 태우고 9일 만에 꺼졌다. 산림청은 서울 면적의 약 27%를 태운 이 산불을 역대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했다.
● 산불 1년 지났지만 이재민 165가구
마을 곳곳에는 황폐한 모습이 그대로 남았다. 전소된 집들은 모두 철거돼, 폐허에 풀만 무성했다. 화마를 피한 집에도 그을음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특히 주민들은 마을 뒷산 나무들이 모두 타 버려 비가 올 때마다 산사태 우려에 잠을 못 이룬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남모 씨(69·여)는 “지난해 11월 비가 많이 왔는데 뒷산에서 흙과 물이 쏟아져 마을회관으로 급히 도망쳤다. 이제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불안하다”고 했다.
이재민들은 정부 지원금과 민간 성금 등을 합쳐 최대 1억2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최대 지원금은 84㎡ 이상 주택이 전소된 경우에 받을 수 있어 실제로 받은 금액은 대부분 그에 못 미친다고 했다. 주민들은 “요즘 건축비가 평당 700만 원 넘게 드는데 마땅한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보상금으로 새 집을 짓기는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 송이 채취업 등 생업 포기자 속출
임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온 주민 중에는 산불로 생업을 잃은 이들이 적지 않다. 울진은 영덕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송이 산지다. 울진 주민의 약 20%인 1만여 명이 송이 채취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지난해 산불 여파로 수확량이 예년의 6분의 1 수준인 2t으로 줄었다고 한다.송이 채취를 포기하고 최근 경비일을 시작했다는 이운영 씨(50)는 “산불 지역에 송이가 다시 나기까지 50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며 “대를 이어온 송이 채취를 다시는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울진=최재원 채널A 기자 j1@ichannela.com
울진=홍란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