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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분만 보려 했는데 2시간…” 마약 같은 ‘숏폼’ 중독 [횡설수설/이정은]

입력 | 2023-03-02 21:30:00


“딱 2분만 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면 2시간이 지나 있다.” 짧은 동영상 ‘숏폼(short form)’에 중독된 것 같다는 한 사용자가 인터넷에 올린 하소연이다. 숏폼을 시청하다 며칠 연속 밤을 꼴딱 새웠다는 어느 대학생은 “귀신에 씐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두른다.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느끼면서도 어느 순간 또 반복하는 나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다”, “집중력이 점점 짧아져 이젠 책 반 권도 못 읽어 낸다” 등의 고백이 이어진다.

▷숏폼은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의미하지만 대다수 콘텐츠의 길이는 15∼60초에 불과하다. 툭툭 끊어지는 자투리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짧고 굵은’ 콘텐츠다. 화제가 된 드라마나 영화의 명장면부터 메이크업, 패션, 요리법 등이 요약 편집돼 있다. 빵 터지는 개그와 아이돌 스타, 반려동물은 빠지지 않는 킬러 콘텐츠다. 시청이 끝나면 자동으로 다음 영상이 연결되는데, 알고리즘이 관심 주제를 알아서 찾아주니 선택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젊은 세대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휙휙 넘기는 손가락질로 무한 재생되는 숏폼은 ‘디지털 마약’ 같은 중독성을 발휘한다. 해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숏폼이 어린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 같은 유해성 관련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기억력과 집중력, 독서력 저하는 물론 강렬한 영상에 반복 노출된 이후 느끼는 일상의 지루함과 삶의 질 하락 같은 문제들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결과다. ‘팝콘 브레인’ 증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뇌가 즉각적인 자극에 반복 노출될 경우 팝콘이 터지듯 더 큰 자극만 계속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숏폼 플랫폼인 ‘틱톡’은 18세 미만 청소년의 사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1일 발표했다. 틱톡의 원조 국가인 중국은 ‘어린이들의 짧은 동영상 중독’ 방지를 위한 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 같은 국내 전문가들은 “합성마약이나 다름없는 숏폼의 시청 시간을 줄이기는 어려울 테니 아예 끊어라”는 단호한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10, 20대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우려와 경계 속에서도 숏폼은 대세다. 페이스북이 ‘릴스’, 유튜브가 ‘쇼츠’를 선보였고 국내 SNS 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쇼츠는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일간 접속 수가 150억 뷰를 넘어섰다. 영상제작 강의가 넘쳐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더 자극적인 영상들이 쏟아진다. 사용 시간을 정해두는 등의 자율적 규제가 병행되지 않으면 ‘디지털 좀비’가 될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숏폼이 주는 재미와 정보에는 결국 대가가 따른다는 말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