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환 항우연 본부장이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앞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6.1/뉴스1 ⓒ News1
고 본부장은 “누리호 개발은 제게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과정이었고 이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며 “외부의 압박과 방해가 있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면 흔들리지 말고 지켜나가는 꼿꼿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날 오후 2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제77회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서울대는 졸업식 축사 연사로 매년 졸업생에게 귀감이 될 인물을 선정해왔다. 지난해에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축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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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본부장은 “저같이 평범하고 잘난 것 없는 사람이 후배들의 뜻깊은 자리에서 축하를 드릴 자격이 되는지 많이 생각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주신 누리호 개발을 이끈 덕분에 이런 자리에 영광스럽게 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발사의 성공 주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6월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일곱 번째로 1톤 이상 위성을 자력 발사한 우주강국으로 우뚝 섰다. 고 본부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기자협회의 ‘올해의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24일 오후 서울대 체육관에서 열린 77회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2023.2.24/뉴스1 ⓒ News1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1년 10월21일에는 누리호 1차 발사에 실패하는 아픔도 있었다. 2015년부터 누리호 발사 사업의 책임자로 일한 고 본부장은 “누리호는 제게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과정”이라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냐는 비아냥에 슬퍼하고 분노했던 적도 있었고 200명이 넘는 연구조직을 이끌며 2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매일 고행하며 참고 견뎌내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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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본부장은 파란 가운을 입고 자리에 앉은 후배들에게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신뢰가 없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반성과 후회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개발과 같은 큰 사업을 하다 보면 늘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대비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