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징집병 세르게이 그리딘(20)이 남긴 유서(왼쪽)와 그의 지인이 남긴 추모 메시지. 사이렌 텔레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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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징집돼 끌려온 러시아 병사가 최전방으로 보내지기 전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부대 지휘관은 병사의 유서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20세의 러시아 징집병 세르게이 그리딘은 지난 10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자신의 부대에서 목을 매단 채 발견됐다.
그리딘은 우크라이나 최전방에 보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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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딘은 유서를 통해 “나는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방인의 피를 손에 묻히지 않고 여기 내 조국에서 죽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을 괴롭혔던 지휘관들에 대해서 “나는 그들이 사람을 자살하게 만든 혐의로 투옥되기를 원하지만 러시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리딘의 가족들은 그의 시신에서 구타의 흔적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사망 진단서에는 상흔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또 군 장교가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유서에 대해서도 알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리딘의 지휘관들은 그의 죽음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지휘관들은 유서를 현장에서 압수했으며, 그리딘의 죽음에 대한 공식 문서에서도 유서에 대한 언급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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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난해 9월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렸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범죄 전력이 없는 60세 이하 남성은 모두 징집 대상인 상황이다. 러시아 군사법상 최소 4개월의 훈련 없이 전장에 배치되는 것은 금지되지만, 러시아 측에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전선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법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BBC는 “지난해 10~11월에 최전선에 배치된 많은 사람은 거의 같은 상황을 묘사했다”며 “그들은 명확한 지시를 받거나 어디에 있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최전선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