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박물관 내일부터 특별전 ‘흑칠나전이층농’ ‘백동향로’ 등 니콜라이 2세 대관식때 보낸 5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복원 지원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이 그린 ‘노자출관도’(왼쪽 사진)와 ‘취태백도’. 조선 장인들이 만든 ‘흑칠나전이층농’(오른쪽 위 사진)과 ‘백동향로’(오른쪽 아래 사진). 이 유물들은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 때 고종이 선물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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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고종(1852∼1919)이 1896년 5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1868∼1918)의 대관식을 맞아 전한 외교 선물 5점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서 127년 만에 공개된다. 고종은 1896년 2월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아관파천을 했고,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하는 사절단을 파견하면서 선물을 총 17점 보냈다.
이 유물 5점은 크렘린박물관에서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시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에 나온다. 공개되는 유물 가운데 ‘흑칠나전이층농’은 고종의 특명으로 당대 가장 뛰어난 나전 장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 하단부에 십장생(十長生) 문양 나전을 부착해 니콜라이 2세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1920년 일본에 실톱이 도입되며 자개를 실처럼 잘게 잘라 붙이는 ‘끊음질’ 나전 기법이 유행했는데, 이 작품은 일본보다 30년 앞서 이 기법이 적용돼 공예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복원을 지원했다.
학계에도 보고된 적이 없는 천재 화가 장승업(1843∼1897)의 걸작 2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공개되는 작품은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연작 4점 중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와 ‘취태백도(醉太白圖)’로, 두 작품 모두 가로 65cm, 세로 174.3cm 크기의 대작이다.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이라는 서명 앞에 ‘朝鮮(조선)’이라는 국호를 붙여 이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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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