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4일 추모행사 중 설치하자 서울시 “오늘까지 자진철거” 계고장 유족측 “철거 강행땐 제2 참사날것” 민주당 “서울시, 전향적 대안 제시를”
이태원 핼러윈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유가족 등이 예정에 없던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유가족 측의 광화문광장 분향소 설치 요청을 불허했다. 서울시는 유족 측에 “분향소를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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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는 5일 희생자 유족 측과 서울시가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서울시는 전날(4일) 유족들이 설치한 분향소에 대해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유족 측은 “철거를 강행할 경우 제2의 이태원 참사가 생길 것”이라며 맞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족 “철거시 제2 참사” vs 서울시 “철거강행”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 측은 4일 오전 5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으로 추모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다 서울시청 앞에 도착하자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며 갑자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만들고 영정사진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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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를 둘러싸고 대치가 이어지자 서울시 측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4차례 해산을 명령했지만 물리력을 동원해 해산하진 않았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7시 45분경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분향소에 전달했다.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배우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5일 오전 국회 추모제에 참석해 “서울시에서 분향소를 철거하러 올 경우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그 자리에서 전부 아이들을 따라가겠다.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도 당초 유족 측이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려고 했는데 서울시가 불허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세훈 시장이 돕겠다고 하면서 광장 사용을 불허하고 분향소를 설치하자마자 계고장을 들고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향소 문제, 국회 추모제에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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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자리에 오셔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해줬으면 어땠을까”라며 “유족에겐 온 세상이 까만 잿빛이지만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지난해 10월 29일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 대표로 참석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유가족 여러분과 함께 미래를 바라보면서 집권여당의 책무를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