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구하려 선내 들어갔다 실종도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해상에서 해경과 SSU대원 등 구조당국이 전날 전복된 ‘청보호’의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2.5/뉴스1
청보호 전복 사고로 실종된 기관장 김모 씨(65)의 아들(38)은 5일 전남 목포시 신안군 수협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실종 소식을 듣고 경남 김해시에서 달려온 김 씨는 “50년 넘게 배를 탄 아버지라 어렸을 때 자주 못 보는 게 싫었다”며 “최근 빨리 결혼해라, 손주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고 했다. 또 “어머니는 아버지 실종 사실을 잘 안 믿으려 하신다”고 덧붙였다.
신안군 수협에 마련된 대기실에는 김 씨와 같은 실종자 가족 10여 명이 모여 종일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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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혼도 안 하고 아픈 나를 먹여 살리려고, 인생 쉽지 않아도 뭐라도 하려고 항상 성실했던 아들이었다. 사고 며칠 전에도 전화가 와 추운데 조심하고, 약 잘 챙겨먹고, 심장 안 좋으니 주의하라고 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특히 이 씨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선내로 다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생존 선원은 “(이 씨에게) ‘위험하니 얼른 나오라’고 외쳤지만 자고 있는 동료를 깨우러 이 씨가 선내로 들어갔고 그 이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5일 전남 신안군 어선 청보호 전복사고와 관련해 수중수색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2023.2.5 해양경찰청 제공
실종자 중에는 베트남인 선원 2명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처음 청보호에 승선한 신입 선원들이다. 청보호가 소속된 인천 선적회사 사무장 B 씨는 “돈 벌려고 한국에 온 청년들이 실종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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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목포=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