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 인접 루손섬 등에 군사기지 中의 대만침공 견제할 군사력 확대 마르코스주니어 대통령, 美와 밀착 전임 두테르테의 친중 행보와 대조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AP/뉴시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 루손섬 카가얀, 남서부 팔라완섬 등 필리핀 내 4곳의 미군 기지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한국 방문 후 1일 필리핀을 찾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현지에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카가얀은 대만 남부와 불과 약 430km 떨어져 있다. 이곳에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집권 후 기존의 친중 노선을 버리고 친미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기지 제공 외에도 올해 미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도 추진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中 겨냥 ‘전진 기지’ 확보
필리핀은 한때 미국의 식민지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 기지를 허용했다. 1991년 의회가 주권 침해를 이유로 기지에 대한 권리 포기를 요구해 미군이 철수했다. 두 나라는 2014년 협정을 맺고 일부 기지에 미군 병력을 순환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카가얀 등 루손섬 북부가 포함되지 않았다.
● 美-필리핀, 지소미아도 추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WSJ 인터뷰에서 “대만은 필리핀 북부에서 40분 거리에 있다”며 필리핀 또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당사자라는 뜻을 나타냈다. 그의 전임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고 중국을 중시했다. 하지만 경제 지원을 약속했던 중국이 영유권 분쟁 등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자 반중 정서가 고조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줄곧 “필리핀을 지지한다”며 환심을 샀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또한 지난해 9월 첫 방미 당시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양국은 안보, 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올 3월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열기로 했다. 지소미아 또한 올해 말까지 체결하기로 했다. 미국 또한 원자력 건설을 추진 중인 필리핀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