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말초 및 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PCNSDAC) 회의를 소집해 바이오젠의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루게릭병) 치료 후보물질 ‘토퍼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에서 주요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하는데 실패했지만 일부 ALS 환자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DA 산하 PCNSDAC는 오는 3월 22일 회의에서 토퍼센에 대한 신약허가신청(NDA)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토퍼센은 RNA(리보핵산) 기반 ALS 치료제다. 핵산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를 이용해 ALS 발병에 영향을 주는 SOD1 단백질 독성을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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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오젠은 이후 평가 기간을 12개월로 늘린 뒤 다시 분석한 결과 신경미세섬유 경쇄(NfL)와 SOD 단백질 등 지표가 개선돼 승인을 신청했다. 토퍼센은 또 SOD1 돌연변이 수치를 26~38% 낮추고 환자 이동성과 폐기능 향상이 보고되는 등 일부 환자에서는 ALS 증상 자체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NfL은 신경세포 내부를 구성하는 단백질로 신경축삭 손상을 나타내는 특정 바이오마커(생물지표)로 사용된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미국 내 SOD1로 인한 ALS 환자는 약 330명 정도이다. FDA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PDUFA)에 따라 애초 2023년 1월 25일 승인 여부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4월말로 발표 날짜를 연기했다. 토퍼센이 허가되면 NfL 수치 변화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은 처음이다.
루게릭병으로 잘 알려진 ALS는 운동세포가 소실돼 근력 저하가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사지 위축으로 시작해 결국 호흡기 근육까지 마비돼 사망에 이른다. ‘리루텍’(성분 릴루졸)이나 ‘라디컷’(성분 에다라본) 등 기존 약물은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료가 안 돼 미충족 수요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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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 FDA로부터 승인받은 미국 아말릭스 파마수티컬의 ALS 신약 ‘렐리브리오’(AMX0035, 성분 타우루르소디올·페닐부티르산나트륨) 또한 토퍼센과 비슷한 경우이다. AMX0035는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경구용 복합제로 ALS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의존성 신경변성을 표적으로 한다.
렐리브리오는 임상시험에서 ALSFRS-R 변화 등 주요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했지만 PCNSDAC가 임상시험 설계 방식이 잘못돼 약효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승인을 반대한 것이다. 자문위 결정 이후 FDA는 PDUFA 날짜를 3개월 연기했다. 아말릭스가 임상시험을 수정해 추가 분석한 결과 환자 생존기간 중앙값을 10.6개월 연장했다.
FDA 자문위 또한 다소 미흡한 결과에도 이 점을 참작해 승인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는 자문위 결정에 반발하기도 했지만 FDA는 자문위 권유에 따라 같은 달 렐리브리오를 승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