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반도체 전략 보고서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주춤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만큼, 반도체 수요가 떨어졌을 때 한국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한국은행이 올해 반도체 산업 둔화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측한 만큼 반도체 수출 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은 9.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땐 전체 수출이 상승세를 타지만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전체 경기도 활력을 잃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며 수출이 15.0% 줄었고 하반기 전체 수출도 2.3% 감소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반도체 경쟁이 지속되는 것도 반도체 침체를 길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천구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편중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국가 및 국내 기업 간 협력관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글로벌 점유율 56.9%를 차지하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반면 정보 처리용 반도체인 시스템 반도체는 비교적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
반도체 경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상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강조했다. 연구진은 국내 업계 생태계를 구축하는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한 인재 공급 방안, 중소 반도체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 지원 방안 등의 마련도 촉구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반도체 사업에서 1조 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8조8400억 원)보다 대폭 줄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