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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아침에 깨면 스마트폰부터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둘러보다 간단히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한다. 오후엔 방에서 책을 읽다 낮잠을 자기도 하지만 외출은 안 한다. A 씨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잠을 많이 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30대 여성 B 씨도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지낸 지 6개월 이상이 됐다.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자리를 구하러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기 쉽지 않다. 그는 “예전에 취업을 했는데 성격 탓인지 1년 이상 다녀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A 씨와 B 씨처럼 사회와 단절한 채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청년이 서울에만 약 12만9000명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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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고립·은둔 청년12만9000명
18일 서울시가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만 19~39세 청년 중 4.5%가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년 5513명과 청년이 거주하는 5221가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및 심층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서울 인구 분포에 적용하면 최대 12만9000명의 청년이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고립·은둔 청년 실태를 조사한 건 서울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생활고 등 위기에처했을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거나 가족 친척 외에는 대면교류를 하지 않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규정했다.외출을 거의 안 하고 집에서 생활하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간 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는 ‘은둔’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고립·은둔 중으로 파악된 청년 486명 중 45.5%는 ‘구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직했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어 ‘심리적 또는 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 형성의 어려움’(40.3%), ‘집 밖에 나가는 게 귀찮음’(39.9%)’ 등이 고립·은둔 생활의 이유로 꼽혔다. 엄소용 연세대 의대 연구교수는 “서울은 취업 또는 진학을 위해 연고 없이 유입된 청년 인구가 많다”며 “어려움을 겪어도 사회적 관계를 통해 해소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고립·은둔10명 중 1명, 10년 이상 비외출
고립·은둔 청년 2명 중 1명 이상(55.6%)은 평소 외출을 거의 안 한다고 답했다. 고립·은둔 생활을 지속한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8.1%)이 가장 많았는데, 10명 중 1명(11.5%)은 비외출 기간이 ‘10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돌봐주는 가족이 있을수록 외출을 안 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립·은둔 청년 중 18.5%는 정신건강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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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정책설계가 필요해졌다”며 “이들이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