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機 탑승 한국인 안타까운 사연
16일 네팔 포카라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여객기 잔해 주변을 뒤지며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전날 수도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포카라 공항으로 향하던 중 공항 인근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명을 포함한 탑승객 72명 중 최소 68명이 숨졌다. 네팔은 이날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포카라=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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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빠가 방학을 맞은 아들과 모처럼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여행을) 갔어요.”
네팔 포카라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항공기에 타고 있던 군인 유모 씨(45)의 아내 A 씨는 1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항공기에는 육군 상사인 유 씨와 아들(14)이 타고 있었다.
A 씨는 전날 보도를 본 지인이 말해줘 항공기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남편은) 군인으로 근무하면서 상도 많이 받았고 일중독이라고 할 만큼 열심히 일했다”며 “가족들에게도 항상 다정한 남편이자 밝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들 유 군에 대해선 “항상 말도 잘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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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 지인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함께 일출 산행을 할 때 가장 앞에서 눈을 치워주는 사람으로 솔선수범하던 성격이었다”고 기억했다. 유 씨와 함께 교육을 들었던 이민규 씨(20)는 “매번 교육 장소까지 차로 태워주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한데 사고 소식에 황망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고 현장을 이틀째 수색 중인 네팔 당국은 이날 유 씨가 사망자 신원 확인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주네팔 대사관 영사가 소지품과 유류품을 통해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2구를 확인했다”며 “네팔 당국이 필요한 검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네팔 항공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의 열쇠가 될 항공기 블랙박스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영국 및 인도 매체에 따르면 한 인도인이 항공기 내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브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발견됐다.
1분 3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승객 중 한 명이 “너무 재밌다”고 환호한 다음 순간 비행기가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고, 이후 화면이 흔들리며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화염이 30여 초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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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