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빨간색 원) (국토교통부 드론 원스톱 민원서비스 캡처)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까지 날아왔을 당시 군의 초동 대응과정에서 부대 간 상황 보고·전파가 줄줄이 지연됐던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그동안 5대의 북한 무인기 가운데 단 1대도 격추 또는 포획하지 못한 데 대해 ‘양 날개 길이 2m 이하의 소형이어서 탐지·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에 침범했을 당시 현장 부대와 지휘부 등 간에 적시에 상황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결국 그 여파로 초기 ‘골든타임’ 내 대응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합참의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와 국회 보고 사항 등을 종합하면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 운용요원은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0시19분쯤부터 북한 지역에서 날아오던 ‘미상 항적’을 포착해 추적하던 중 6분 뒤인 오전 10시25분쯤 ‘특이 항적’으로 판단해 군단 사령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가 1군단으로부터 해당 상황을 보고받은 건 그로부터 수십분이 지난 시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 합참이나 수방사에 대한 상황 보고·전파도 없었다.
군의 작전지침은 북쪽으로부터 남하해온 ‘미상 항적’이 포착됐을 땐 무인기 판정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상급부대 보고와 인접 부대에 대한 상황 전파 등을 실행토록 하고 있으나,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단 얘기다.
게다가 1군단으로부터 뒤늦게 상황 보고를 받은 지작사가 이를 다시 합참에 보고한 건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고 한다. 그 사이 북한 무인기는 경기도 김포·파주 일대 상공을 지나 서울 북부에 진입했고, 수방사 방공여단은 오전 10시50분쯤 자체 레이더를 통해 ‘이상 항적’을 포착했다고 한다.
2017년 강원 인제 지역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2017.6.21/뉴스1
이런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도 그 전까진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P-73 방어는 수방사 제1방공여단이, 그 안쪽의 ‘경호작전구역’ 방어는 경호처에 배속된 수방사 제55경비단 방공대가 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북한 무인기 침투에 따라 대공 감시태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두루미’가 공식 발령된 시점은 낮 12시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군단 레이더 운용요원의 최초 보고 이후 1시간 반 이상이 훌쩍 지난 시점이다.
이를 두고 ‘1군단·지작사·수방사 등 육군 부대들은 물론, 공군(공군작전사령부)과도 북한 무인기 대응과정에서 협조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각 군 작전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합참도 그에 따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무인기 도발 상황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합참의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토대로 책임자 문책을 비롯해 군 지휘체계 개편 등 후속 조처 여부를 종합 판단할 계획이다.
합참은 무인기 도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그 대응 작전에 동원됐던 부대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포함한 전비태세검열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1분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초기 상황 공유만 제대로 됐더라도 북한 무인기가 P-73까지 날아오기 전에 차단하는 게 가능했을 수 있다”며 검열 결과에 따라 지휘부를 포함해 상당 규모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전비태세검열이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