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은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도 있고, 아예 치료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더라도 가격이 비싸 치료할 엄두조차 못 내기도 한다.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급적 치료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이에 동아일보는 2회에 걸쳐 용기를 내어 얼굴을 공개하고 그 치료 경험을 공유하고자 나선 희귀질환자의 사연을 소개한다. 최근 희귀질환단체는 ‘어느 날 뜬구름’이라는 환자에 대한 사회인식개선 캠페인에 참여해 질환과 환자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있다. 질환을 널리 알려야 원인도, 질환도 몰라 고통 받는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의사도 잘 모르는 질환, 진단까지 평균 3~5년 걸려요”
그는 해외서도 치료방법을 찾지 못 하다가 삼성서울병원에 ‘아밀로이드 전담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6년 귀국해 치료를 시작했으나 ATTR-CM의 국내 유병 현황에 대한 연구, 조사가 전무했다. 정확한 환자 현황도 알 수 없고 환우들과의 교류도 부족해 2019년 아밀로이드증환우회라는 이름의 환자단체를 직접 만들게 됐다.
아밀로이드증 환자들은 확진을 받을 때까지 평균 3곳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3~5년 이상 진료를 받는다. 다행히 2020년 8월, 유일한 ATTR-CM 치료제인 빈다맥스가 우리나라에 허가를 받았다. 빈다맥스 복용이 실 날 같은 희망이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 지원이 되지 않아 사실상 복용이 어렵다. 치료제가 눈앞에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은 ‘희망고문’을 받을 뿐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은 일단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 씨는 “올해는 약값이 비싸 치료받지 못하는 희귀 질환 환자들이 더 이상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운동신경이 나쁜 줄 알아… 조기진단 중요해요”
최 씨는 유독 남보다 운동신경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계단을 오를 때나, 앉았다 일어설 때,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오르거나 뛰어야 하는 순간에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다. 2016년 대학병원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입사검진을 받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최 씨는 오랜 기간 몸이 고생한 원인이 희귀질환이었다고 생각하니 마음까지 무너졌다.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픈 사람을 좋아하는 직장도 없지만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하루 반나절은 치료에 써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는 새로운 폼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 씨는 “병이 조금이라도 낫고 병원 방문횟수가 줄어 일상이 유지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폼페병 환우회에 따르면 국내 추정 환자 수는 1000여명이다. 하지만 등록된 환자 수는 40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진단돼 치료한다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저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심을 해보고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방문해서 검사 해보라”고 권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