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 속 중동 영향력 확대 나서 빈 살만과 무역-원자력 등 논의할듯 美와 불편해진 사우디도 中에 밀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부터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해 아랍 14개국 정상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5일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보도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원유 패권’을 쥔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 역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과 밀착하는 모양새다.
이날 SPA는 시 주석이 사우디에서 중국-아랍 정상회의, 중국-걸프협력회의(GCC)에 잇달아 참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 왕실 실세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시 주석을 만나 경제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이 무역,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할 것으로 전망했고, 미국 CNN은 “아랍-중국 관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CNN이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이 유력하다고 보도한 뒤 사우디 국영 언론이 사실상 이를 확인한 것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 주석의 방문이 미국-사우디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악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된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이번 기회에 미국과 중동의 벌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중동에서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더욱 확대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안보컨설팅기업 제인스 인텔트랙의 니사 펠턴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중동 국가들과 연대해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경우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