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김 총비서가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ICBM 발사장에는 김 총비서의 딸(사진 오른쪽)도 동행했다. 북한이 김 총비서의 자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1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화성-17형)’ 시험발사 지도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 총비서 딸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 중요 전략무기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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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을 전격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김 총비서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딸과 함께 발사 현장을 찾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최고지도자의 자녀는 북한의 후계 및 권력구도와 직결되는 인물로, 북한은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권력 구도와 확정되기 전에는 자녀들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주석은 1942년생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1980년 노동당 6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 국방위원장 역시 1984년생인 김 총비서를 2010년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북한의 조치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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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지도자의 직계 가족은 ‘백두혈통’으로 불린다. 또 북한은 백두혈통의 남성에게만 최고 권력을 이양해왔다.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딸이 김 총비서의 자리를 물려받는 인물이 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후계 및 권력구도와 직결되는 ‘1호 가족’의 모습을 공개하는 데는 ‘선명한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를 두고는 김 총비서가 자신의 딸을 ‘국가핵무력’의 위력을 과시하는 ICBM 시험발사라는 군사 행보에 동행시키겠다는 결심을 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해서 북한이 최근 ‘핵이 곧 국체’라는 주장과 언급을 내놓을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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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9월9일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와 관련한 김 총비서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체’의 의미는 보다 선명하게 표출됐다. 김 총비서가 당시 연설에서 “핵무력은 곧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고 영원한 존엄”이라고 표현하면서다.
특히 북한은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에서 “공화국 핵무력은 국무위원장(김정은)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거나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며 ‘국체’의 결정권이 김 총비서에게 있음을 명시했다.
때문에 핵은 곧 국체라는 북한의 표현은 핵이 ‘백두혈통’의 고유한 상징이며 권한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북한이 ‘국가핵무력’의 상징 중 하나로 여기는 ICBM, 그것도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되는 최고 성능의 ICBM 시험발사장에 김 총비서의 딸을 데리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 현재의 ‘긴장되고 어려운 정세’ 하에서 최고지도자 일가가 모든 에너지를 쏟아 국력 강화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고지도자 가족들의 시험발사 현장 참여가 ICBM 개발 및 운용에 참여하는 국방과학자, 전투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 및 격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공개된 딸이 향후 권력의 중심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이번 ICBM 발사 현장에 나타난 딸이 향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투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당 중앙’의 핵심과, 궁극적으로는 국정의 핵심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게 하는 부분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신형 ICBM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 총비서의 딸 사진을 공개한 것은 그가 앞으로 김 총비서의 국가핵전략무력 강화 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봤다.
집권 후 부인을 빠르게 공개하고 각종 애민 행보에 부인을 동행시키는 등 ‘정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자주 부각한 김 총비서가 ‘권력 구도’와 무관하게 순차적으로 자녀들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9월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 축하공연에서도 ‘김씨 일가’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소녀가 등장했다.
당시 축하공연 무대에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복장 및 헤어스타일을 하고 등장한 이 소녀는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의 보도에서 ‘집중’을 받았다.
또 공연이 끝난 뒤 김 총비서와 리 여사가 이 아이를 각별하게 챙기는 모습도 그대로 공개되면서 이 소녀가 김 총비서의 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때문에 북한이 ‘어떤 판단’ 하에 자연스럽게 자녀들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