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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교 따라 4배 격차…고교학점제 과목개설 기준없어 혼선

입력 | 2022-11-07 03:00:00

내년 전면 도입 앞두고
학교따라 최대 79개, 최소 17개 개설
학부모 설문조사 등 거쳐 자율결정
적성-진로 아닌 수시-수능대비 변질
“주요 교과별 균형있는 배분 필요”




내년에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미리 이 제도를 도입한 연구학교들 사이에 진로선택과목 개설 수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 개설에 대한 기준이 없어 학교별 격차가 커지고, 향후 대입에서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진로선택과목, 학교 따라 4배 격차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학습 자율권을 늘리기 위한 제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포함되는 국어 수학 영어 등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과목 외에 각 고교가 진로 선택과목을 개설해 대학처럼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했다.

6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종로학원과 함께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86곳의 진로 선택과목을 전수 분석한 결과 평균 개설 과목은 37.1개였다. 그런데 학교별 격차가 매우 컸다. 가장 많은 과목을 만든 곳은 79개(부산 해운대여고), 가장 적은 곳은 17개(강원 사북고)로 나타났다. 개설 과목 수 차이가 4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이다.

지역별 격차 역시 컸다. 부산지역 연구학교가 학교당 평균 65.5개 과목을 개설해 가장 많았다. 반면 강원(22.3개)과 서울(27.8개)지역 학교들은 개설 과목 수가 적었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탐구, 체육·예술, 생활·교양 등 보통 교과의 진로 선택과목 42개를 제시한 바 있다. 연구학교 86개교에서 개설한 진로 선택과목은 총 287개에 달했다. 각 학교가 독자적으로 과목을 만들거나, 특성화고의 전문 교과를 개설한 경우가 많았다.
○ 시행 직전인데 기준 없어
내년 고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지만 아직도 과목 개설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각 학교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진로 선택과목을 참고해 학생,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전면 도입 후엔 학교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일선 고교가 ‘입시용’으로 설계하는 경우 막을 방법도 없다. 수도권의 한 연구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는 “대입 수시모집에서 활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특이한 과목을 개설하는 학교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 연구학교는 지금도 진로 선택과목을 수능 대비용으로 쓰고 있다. A고 교사 박모 씨는 “수능을 고려해서 수학Ⅰ에 수학Ⅱ 개념을 섞은 ‘심화수학’을 진로 선택과목으로 개설했다”며 “진로 탐색이나 흥미 위주의 수업을 하는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수능 대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B고의 국어 교사는 “3학년 진로 선택과목인 ‘심화국어’ 시간에 EBS 수능 특강 등 문제 풀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과별 시수 및 운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다양한 교과군별로 진로 선택과목이 균형 있게 배분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