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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막는 방법 찾는 尹대통령…수면 위로 떠오른 ‘전술핵 배치’

입력 | 2022-10-12 16:51:00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0.11 뉴스1


북한이 연이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전술핵 투발수단을 다양화하고 제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통령실이 ‘전술핵’ 배치를 대북 확장억제 수단 중 최상위 옵션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돼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우리도 전술핵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 2009년 이 선언의 폐기를 선언하고, 핵개발에 몰두했다.

군사용어사전에 따르면 전술핵은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폭발력이 작은 대신 야포와 전투기,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 가능한 편이성을 갖고 있다.

정 위원장의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출근길 질의응답이 있은 지 하루 만에 제시돼 관심을 끌었다. 정치권과 외교·안보 일각에서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11일) ‘우리도 전술핵에 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란 질문에 “여기에 대해 수없이 얘기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이렇다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미 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미국 핵무기 투발 전략자산 전개 협의절차를 마련하고 정례적인 핵무기 운용 연습을 시행하는 내용의 대북 확장억제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사실상 핵무장인가’라는 질문에 “핵무장과는 다르다”며 “‘한반도’(우리나라)나 괌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게 아니라 캘리포니아나 미군 공군기지에 있는 ICBM을 비상시 사용하게 되면 그 절차와 의사결정 과정에 한미 간 협력 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을 전제로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 등을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전술핵 배치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하다면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북핵의 위협이 고도화되고 기존에 있는 정도의 확장억제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확장억제 형태가 조금 변화될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9월 하순 한반도에 조성된 정치 군사적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쟁억제력의 신뢰성과 전투력을 검증 및 향상’시키고 ‘적들에게 강력한 군사적 대응경고’를 보내기 위하여 “각이한 수준의 실전화된 군사훈련들을 조직진행했다“라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사이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발사와 대규모 군용기 편대 비행 등 도발이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이를 7차 핵실험으로 가는 단계별 시나리오라고 규정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강력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확장억제의 ‘획기적인’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껏 보여준 대북 확장억제력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획기적인’ 강화에는 사실상 전술핵 배치만을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전술핵 배치를 결정한다면 방식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공유 두 가지가 가능하다. 전자가 미국의 전적인 운용이라면 후자는 우리나라가 전투기 등 이른바 투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나토식 핵공유로 우리나라에 미국 전술핵이 들어온다면 우리의 F-15K나 F-35A를 이용해 핵투발이 가능하다. 우리는 일종의 ‘택시 드라이버’ 역할만 하는 셈이다.

그러나 어느 옵션이든 전술핵이 우리나라에 배치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는 데, 두 옵션 모두 NPT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군사·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NPT는 핵을 갖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핵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주는(양여讓與, 자기의 소유를 건네 줌) 것을 모두 금지하지만, 두 옵션 모두 미국이 사실상 사용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술핵 배치가 외교적 논란을 키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당장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는 여론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2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핵무장에 대한 찬성 여론은 55.5%를 기록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대화 등 외교적 노력을 우선시하고 있지만 완전한 반대의 뜻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외교적 길’을 거론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근 북한이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포함해 7차례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만큼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읽힌다.

전술핵 재배치는 결국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에 달려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전술핵 관련 발언은) 앞으로 벌어질 미래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가정을 가지고 미리 무엇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점을 포함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