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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초유의 ‘비례대표 총사퇴’ 투표, 정의당 정체성에 대한 경고

입력 | 2022-09-05 00:00:00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당대표/원내대표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22.9.4 사진공동취재단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5명 전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권고안이 어제 당원총투표에서 부결됐다. 찬성 40.75%, 반대 59.25%였다. 비례대표 의원 사퇴 권고를 위해 당원총투표를 실시한 것 자체가 우리 정당사에 유례가 없다. 투표율도 42%를 넘었다. 큰 혼란은 피했지만 진보 집권을 내걸고 2012년 첫발을 내디딘 정의당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보여준다.

정의당 위기는 물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기 때문이다. 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 의원이 대선에 나섰지만 2.37%를 얻는 데 그쳤다. 자신이 5년 전 얻은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방선거에서도 광역·기초의원 9명만 당선됐다. 비상대책위로 전환했지만 혁신 방향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급기야 일부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당원총투표안까지 발의된 것이다.

총투표안을 놓고 “싹 바꿔야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왜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화풀이냐” “심 의원은 책임 안 지나”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들끼리의 갑론을박에 불과하다. 정의당의 존재감이 왜 약해졌는지, 민주당 2중대인 것처럼 비치게 됐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정의당은 창당 후 10년 동안 선거제도 개편 등을 통한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골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가 ‘위성정당’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불평등 구조 등 진보 의제에 대해 자기만의 목소리와 대안을 내는 것엔 소홀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며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정체성이 뭔지 흐릿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당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심 의원과 5명의 비례대표 의원들부터 확 달라져야 한다. ‘기득권 진보’로는 안 된다. 정의당은 이달 중순 대의원대회를 열어 재창당 결의안을 확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 소수나 약자의 편에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의 길로 나아갈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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