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브랜딩 혁신가’ 민희진 표 걸 그룹,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
데뷔와 동시에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뉴진스. 하이브 제공
걸 그룹 뉴진스가 역대급 데뷔를 마쳤다. 데뷔 앨범 ‘New Jeans’는 8월 8일 발매 당일에만 약 26만 장이 팔렸다. 역대 걸 그룹 데뷔 음반 판매량 신기록이다. 8월 7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한국 ‘위클리 송’ 차트에서 3개의 타이틀곡(‘Attention’ ‘Hype boy’ ‘Cookie’)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7월 22일 선공개된 ‘Attention’ 뮤직비디오는 보름도 채 안 돼 조회수 1000만을 돌파했다.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흡수한 10대 소녀
뉴진스 민지. 하이브 제공
뉴진스 하니. 하이브 제공
뉴진스 다니엘. 하이브 제공
뉴진스 해린. 하이브 제공
뉴진스 혜인. 하이브 제공
실제 주변에 존재할 법한 10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Y2K(Year to 2000) 감성도 한 스푼 추가했다. 공식 홈페이지는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 배경 화면에서 볼 법한 느낌으로 만들어졌다. CD플레이어 모양의 ‘뉴진스 백’이 한정판 앨범 구성품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세기말 문화에 향수를 느낄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Y2K를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하는 1020세대 모두 자극할 영리한 계산이 들어 있다.
아이돌 걸 그룹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뉴진스. 하이브 제공
뉴진스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하이브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뉴진스 첫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하이브 주가는 BTS가 개별 활동을 선언한 6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17만원 선(종가 기준)을 돌파했다. 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IVE’ 등과 함께 4세대 걸 그룹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이브는 지난해 4세대 걸 그룹에 해당하는 르세라핌을 데뷔시켰다. 하이브는 2019년부터 여러 레이블을 인수해 포스트 BTS 전략을 세우고 있다. 르세라핌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 올해 데뷔한 뉴진스는 또 다른 레이블 어도어(ADOR) 소속이다. 르세라핌은 ‘걸크러시’ 콘셉트를 구사하는데, 이는 10대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뉴진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레이블을 만들어 하이브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민희진’의 정반합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제공
3월 미국 매거진 ‘버라이어티’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을 미친 여성’으로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꼽으며 한 평가다. 뉴진스의 다섯 멤버뿐 아니라, 멤버 선발부터 안무·음악 기획 등 전 과정을 총괄한 그에게도 이목이 집중된다. 어도어는 BTS 소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민 대표는 2019년 하이브에 CBO(Chief Brand Officer·최고 브랜드 경영자)로 합류해 브랜딩과 신사옥 공간 디자인을 총괄했다. 이후 2021년 11월 어도어를 설립해 대표이사가 됐다.
민 대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8년(2002 ∼2019)간 재직했던 SM엔터테인 먼트에서의 이력이다. 티셔츠와 청바지만으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소녀시대 ‘Gee’(2009), 교복과 롱테이크 뮤직비디오로 새 시대 보이 그룹의 탄생을 알린 EXO ‘으르렁’(2013)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 외에도 에프엑스, 샤이니, 레드벨벳, NCT 등 K-팝 시장을 대표하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들이 ‘아트 디렉터 민희진’의 손을 거쳤다.
콘셉트 개념을 K-팝 시장에 자리 잡게 한 주인공이지만 오히려 이번 디렉팅에서는 힘을 뺐다. 민희진은 지난해 12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대중은 싫증을 금방 느끼는데 그 싫증이 ‘정반합’ 3단계로 진행된다”고 말한 바 있다. 헤겔의 변증법을 들어 K-팝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설명한 것. 최근 K-팝 시장에서 과도한 콘셉트와 세계관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뉴진스는 10대 소녀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강조한다. 티저 대신 뮤직비디오 전편을 선공개한 것도 차별화 전략 중 하나.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