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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크림반도 되찾을 것”… 러에 반격 선언

입력 | 2022-08-25 03:00:00

반도 반환 논의 정상급 국제회의서… 침략 방어에서 영토수복 전환 밝혀
우크라, 크림반도 대상 공세 본격화
美, 4조원대 추가 무기지원 계획
우크라 체류 자국민 대피 권고



기자회견 나선 젤렌스키… 숨진 ‘푸틴 측근 딸’ 사진 손에 든 러 대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크림반도 반환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체 ‘크림 플랫폼’ 참석을 위해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최근 차량 폭발 사고로 사망한 ‘푸틴 측근의 딸’인 다리야 두기나 사진을 들고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기획한 야만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키이우·뉴욕=AP 뉴시스


“모든 것은 크림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림반도에서 끝날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크림반도를 되찾을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년 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탈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올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는 러시아의 침략을 방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앞으로는 영토 수복을 위해 적극적인 공격을 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사실상 전쟁을 러시아가 실질 지배하는 지역까지 넓히는 확전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모든 수단 동원해 크림반도 되찾을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크림반도 반환을 논의하는 ‘크림 플랫폼’ 개회사에서 “공포를 극복하고 우리 지역과 유럽, 전 세계의 안보를 되찾기 위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승리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크림 플랫폼은 크림반도 반환을 위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주도하는 정상급 국제회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다른 나라와 상의하지 않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전선을 동결하자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달 들어 크림반도를 대상으로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무인항공기(드론)가 20일 크림반도 내 러시아 해군기지를 타격했다. 9일에는 크림반도 사키 군비행장에서 폭발이 발생해 러시아 군용기 9대가 파괴됐으며 16일에는 임시 탄약고에 화재가 나는 등 우크라이나가 배후로 추정되는 사건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의 크림반도 탈환 선언이 사실상 공격의 배후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모든 전장과 전선을 안정화시키는 단계”라며 “이제 반격이라는 전쟁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WSJ는 “크림반도 내 방공망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 흑해함대도 위태롭다”며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이어질 경우 크림반도가 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14년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국제법상으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흑해함대를 주둔시켰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군 병참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병합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는 성지 같은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러시아가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지역이다.
○ 서방, 우크라에 추가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탈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서방국가들은 추가 지원에 나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 30억 달러(약 4조 원)의 추가 무기 지원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크림 플랫폼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는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병합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모든 군사 경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확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날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은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앞으로 며칠 내에 우크라이나 민간 기간시설과 정부 시설 타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