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고교학점제’ 부분 도입 수업일수 외 학점도 채워야 졸업… 학업성취 A∼E로 나눠 절대평가 학교 재정 따라 선택과목에 한계… 국영수는 상대평가 병기돼 혼선 A학점 난무 ‘학점 인플레’ 우려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된 전남 화순군 능주고에서 학생들이 선택과목인 ‘생명과학 실험’ 수업을 듣고 있다. 정선호 능주고 교육과정부장은 “적성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학생들이 한 반에서 수업하니 학업성취율이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능주고 제공
당장 내년부터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 내년 고교 신입생부터 수업량 기준이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뀐다. 3년간 총 수업 시간은 현재 2890시간(204단위)에서 2720시간(192학점)으로 170시간 줄어든다. 공통과목인 국영수의 학업성취율이 40%에 못 미치면 보충수업을 받는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선택과목 확대를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성취율 평가와 기준 미달 학생 지도 방법도 준비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학교별 선택과목 운영 능력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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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학교가 이런 여건을 갖춘 건 아니다. 교사가 부족한 학교는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에 부담을 느낀다.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실습 장비 등을 갖추는 것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교에서나 가능하다. 경남의 한 고교 교사는 “인공지능 등 학생의 관심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가르칠 교사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 객관적인 성취율 판단 기준 있어야
학생들의 성취율을 어떻게 평가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교사도 많다. 그동안 고교 내신평가는 시험과 수행평가 성적을 기반으로 한 ‘상대평가’였다. 하지만 3년 뒤엔 △A(90% 이상) △B(80% 이상∼90% 미만) △C(70% 이상∼80% 미만) △D(60% 이상∼70% 미만) △E(40% 이상∼60% 미만)로 학생을 ‘절대평가’해야 한다. 성취율 40% 미만은 I(Incomplete·미이수)로 분류돼 보충 수업을 듣고 성적을 E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A등급 비율이나 미이수율이 학교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주위 평가를 의식해 A, B등급을 후하게 주는 ‘학점 인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서울 동국대부속여고 김용진 교사는 “우선 시험이나 수행평가 성적을 기반으로 성취율을 평가하겠지만 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학교가 상위권 학생 지도와 평가에만 관심을 가진 측면이 있다”며 “하위권 학생을 관리하고 미이수율을 낮출 수 있는 노하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공통과목에는 미이수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고교학점제 시행 후에도 공통과목에는 1∼9등급의 상대평가를 학생부에 병기하도록 돼 있는데, 미이수제가 학생들의 성적 산출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교육부가 주최한 고교학점제 정책 토론회에서 홍원표 연세대 교수는 “미이수제를 선택과목에만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입제도와 상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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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