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을 빈손으로 만든다.”(엘리자베스 워런 미 연방 상원의원)
“워런 의원, 바로 당신이 찬성한 경기부양책이 물가를 올렸고 반세기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근로자 구매력이 악화됐다”(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26일(현지 시간) 미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폭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시작된 가운데 경기 침체 여부 등을 놓고 미국 경제계 난타전이 심화되고 있다.
미 경제학자 정부 정계 언론은 ‘경기 침체가 맞느냐’를 넘어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해야 하느냐’ 논쟁에 접어들었다. 뉴욕 월가 투자 심리를 반영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는 목요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 속 경기 침체)이 시작된다”고 비꼬았다.
● 금리 인상 반대파 “경기 침체 몰고 온다”
민주당 진보 노선인 워런 상원의원은 최근 WSJ 기고에서 “제롬 파월의 연준은 고통스럽고 효과적이지 않은 인플레이션 처방을 내리고 있다”며 파월 의장 및 공격적 인플레이션 대처를 지지한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동시에 비판했다.워런 의원은 “차가운 경제학자 언어인 ‘수요를 줄인다’는 뜻은 수백만 취약계층과 유색인종을 경기 침체로 내몬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공급이 줄어 생긴 현상이므로 공급을 늘려야지 수요를 왜 줄이느냐는 얘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다이아몬드 MIT 교수도 최근 보스턴글로브 인터뷰에서 “전쟁과 팬데믹으로 안 그래도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에 연준까지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며 연준이 천천히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준 부의장과 클린턴 행정부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앨런 블라인드 프린스턴대 교수는 “연준은 거북이가 돼야지 토끼가 되면 안 된다”며 시장에 충격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 금리 인상 찬성파 “인플레는 잡아야”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워런 의원이 자신을 공격하자 트위터를 통해 “나는 반대했고 워런 의원이 찬성한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노동계층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업률을 5년 동안 6% 혹은 1년 동안 10%로 끌어올려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며 연준의 강력 대응을 주장했다.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달 초 공개된 6월 FOMC 회의록에서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을 90차례 언급하며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같은 학파 내부에서도 경기 침체 원인과 해법이 다른 이유는 그만큼 미국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26일 피에르 올리비에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뒤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심각한 불확실성이 각국 중앙은행의 패기를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제 실패 프레임을 피해 보려는 정치 논리가 더해져 ‘경기 침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토론도 벌어졌다. 시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CNBC방송이 26일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3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낮추려는 연준의 노력이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1년 내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55%가 그렇다고 답해 두 달 만에 20%포인트 올랐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