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난민’ 커지는 불안] 〈상〉 더 팍팍해진 전월세 살이 [단독]서울 아파트 월세 부담, 2년새 年348만원 껑충
2020년 7월 말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최근 금리까지 치솟으며 서민들이 ‘주거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금 수입이 적은 은퇴자와 자산이 적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30평형대(전용 85m²) 아파트 월세 가격은 올해 상반기(1∼6월) 244만 원으로 2020년 상반기(215만 원)보다 14%가량 올랐다. 월세 부담이 2년 새 연간 348만 원 늘어난 셈이다. 지방 30평형대 아파트 월세 가격은 2년 전 68만 원에서 올해 86만 원으로 26%가량 뛰어 서울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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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셋값이 상승세를 멈추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2% 하락했지만, 월세는 3.2% 올라 상승세가 이어졌다. 금리가 오르며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자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는 세입자에게 소멸하는 비용인 만큼 서민 부담 증가에 따른 주거 시장 양극화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억5000만원 전세 살던 30대, 1억 더 대출받아 더 작은 집으로
이자부담 年300만원 늘어 한숨
월세 2년새 세종 45%-제주 36%↑… 전월세 가격 지방이 더 많이 올라
전문가 “임대차법 차차 개정하되 민간임대 등 공급 늘려 뒷받침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정모 씨(59)가 이전에 거주하던 전셋집을 바라보고 있다. 정 씨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7년째 살던 전셋집에서 나와 인근 같은 평수 아파트에서 월세 150만 원을 내며 거주하고 있다.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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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보다 지방에서 전월세 더 크게 올라
○ 전셋값 안정세지만 “2년 전보다는 여전히 부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신축아파트 전용 59m²에 사는 이모 씨(38)는 “2019년 하반기에 입주할 때만 해도 4억 원이었던 전셋값이 올해 7억 원까지 올랐다”며 “아이 때문에 이사 가기 힘들어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100만 원으로 다시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최대 6.2%까지 오르는 등 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다. 서울 강북구의 3830채 규모 SK북한산시티 전용 84m² 전세 호가는 5억∼5억4000만 원으로 2021년 5월 신고가인 6억7000만 원 대비 하락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3억4000만∼4억 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서울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쌓이고 가격도 조금 내렸지만 신혼부부나 20, 30대에게는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라며 “그나마 맞벌이 부부면 월세라도 감당하려 하는데 부담이 커져서 경기 외곽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임대차법을 개정하되, 주택 공급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당장 전월세상한제를 폐지하면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민간 임대 등 공급 증가를 유도해 가격이 안정된 뒤 순차적으로 제도 폐기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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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