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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의 예술’… 채색화-민속유물을 다시 보다

입력 | 2022-07-14 03:00:00

국립현대미술관, 첫 채색화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 ‘소소하게 반반하게’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2012년 옻칠을 입혀 완성한 ‘수기맹호도’(위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경기 과천관은 이 작품과 함께 조선 후기 ‘작호도(鵲虎圖)’ 등 액운을 물리치는 호랑이 도상을 담아낸 민화를 함께 선보였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는 조선 후기부터 내려온 낡고 오래된 반닫이 소장품과 현대 공예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 중이다(아래 사진). 국립현대미술관·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민화와 민속 유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백성이 즐겼다는 것. 이를 이유로 민족의 그림 채색화는 사대부 문인화(文人畵)에 가려져 한국 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일반 백성이 사용하던 민속 유물 역시 왕실 유물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평범한 ‘민(民)’의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잇달아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중 채색화와 민속유물을 주목한 두 전시를 살펴봤다.
○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채색화 첫 조명
국립현대미술관 경기 과천관은 지난달 1일부터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를 진행 중이다. 전시에는 19세기 조선 후기 민화 ‘책거리’뿐만 아니라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83)과 이종상(84), 이숙자(80), 강요배(70) 등 근현대 작가들의 채색화 80여 점을 선보인다. 민화, 궁중회화, 종교화를 아우르는 한국의 채색화는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길한 복을 불러들이는 부적과 같았다. 하지만 조선시대 흑과 백 수묵으로 그려진 문인화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형형색색을 수놓은 채색화는 근·현대 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채색화를 조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종상 화백의 ‘원형상 89117―흙에서’(1989년)가 1989년 개인전 이후 33년 만에 공개된다. 407개의 조각을 연결한 가로 12.3m, 세로 3.7m의 동판 위에 황토색 흙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다 마침내 산봉우리가 피어나는 형상을 담아냈다. 흙에서 산으로 태초에 태산이 만들어지는 형세를 그린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성파 스님이 조선 후기 유행했던 민화 ‘대호도(大虎圖)’를 본떠 옻칠을 입혀 완성한 ‘수기맹호도’(2012년)를 비롯해 민족의 영산을 그려낸 채색화 ‘금강전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하늘에서 백두산 천지의 설경을 내려다본 풍경을 그려낸 이숙자 작가의 ‘백두성산’(2016년)에선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온 한국 채색화의 저력이 느껴진다. 9월 25일까지, 입장료 2000원.
○ 국립민속박물관, 전통 현대 잇는 민속유물 조명
경기 파주시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에서 열리는 ‘소소하게 반반하게’ 전시는 오랜 시간 수장고에 갇혀 있던 평범한 민속 유물에 빛을 밝혔다. 박물관 수장고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소반과 반닫이 등 민속유물 200여 점에 더해 류지안 작가 등 현대 공예작가 13명의 작품 49점을 함께 전시한 것. 낡고 오래된 18, 19세기 반닫이와 소반들 사이에 놓여 있는 류지안 작가의 자개 반닫이 ‘설중매(雪中梅)’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흰 빛깔 자개로 만든 그의 반닫이는 빛을 머금은 듯 고가구들이 한데 모인 수장고를 비춘다. 류 작가는 “옛것과 연결을 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그 뿌리를 지키고 키워가려는 노력 또한 내 작업의 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작고 평범해서 때로는 하찮게 여겨졌던 민속 유물의 강한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 일례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소반은 아직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함께하는 살아 있는 민속 유물이다. 하지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투명하게 제작한 ‘투명 나주반(Ban Clear)’을 선보였다. 전라남도 나주지방에서 이어져온 전통 소반의 틀을 유지하되, 투명 소재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