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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한파’에도 계속될 블록체인 게임의 도전[광화문에서/김재영]

입력 | 2022-06-17 03:00:00

김재영 산업1부 차장


지난달 말 서울 은평구에는 흥미로운 게임장이 문을 열었다. 농구공 던지기, 고리 던지기, BB탄 사격 등을 즐기는 모습은 다른 게임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고 얻은 포인트 또는 포인트가 기록된 티켓을 모으면 원하는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른바 ‘점수보상형 아케이드 게임(리뎀션 게임)’이다.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장뿐만 아니라 놀이공원, 식당가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2007년 이후 법으로 금지됐다. 2004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 결과물을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그러다 지난해 정부는 사행성 우려를 막기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달아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아직 시범사업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이런 시도라도 하는 데 15년이나 걸릴 일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업계에선 환영하면서도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한숨도 나온다. 그동안 강화된 규제에 건전 게임장들도 타격을 입으면서 업계 전체가 이미 궤멸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20년 국내 게임시장에서 아케이드 게임장의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최근 유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특히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3N’을 비롯해 많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5일 위메이드는 자체 개발한 메인넷(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3.0’과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를 공개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생태계를 구현해 가상세계를 한 차원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P2E는 게임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꿔 현금화가 가능해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재 국내에선 불법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규제 완화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루나, 테라 폭락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논의 불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웹 3.0시대에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허용할 수 있을지,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볼 만하다. 명확한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이 마련되면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길이 열릴 것이다.

게임사들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잃은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고, 과거 인기게임에 P2E 요소만 넣어 손쉽게 ‘추억팔이’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게임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막는 해법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또다시 15년이란 시간이 걸려서는 안 될 일이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