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제공
1990년대 일본에서 ‘전설의 특수부 검사’로 명성을 날린 구마자키 가쓰히코(熊崎勝彦) 전 도쿄지검 특수부장이 27일 심부전으로 별세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향년 80세.
1942년 기후현에서 태어난 그는 메이지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검사로 임관해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대형 권력비리 수사를 주로 하는 도쿄지검 특수부에서 부부장, 부장을 역임했다.
구마자키 전 부장은 1998년 대장성(현 재무성·금융청) 관료들이 퇴폐업소에서 은행 접대를 받은 ‘대장성 접대 스캔들’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집권 자민당 가네마루 신 전 부총재가 5억 엔(약 50억 원)의 뇌물을 받은 ‘사가와 규빈 사건’(1992년)을 수사하며 자민당 부총재를 직접 체포하는 등 굵직한 사건 수사를 벌이면서 도쿄지검 특수부가 ‘거악과 싸우는 검찰’이라는 명성을 세우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한국 대검 중수부가 있을 때 곧잘 비교되던 도쿄지검 특수부의 이미지는 사실상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검 공안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2014년에는 일본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일본야구기구(NPB) 커미셔너도 역임했다. 2020년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검사장 및 총장 정년을 행정부 판단으로 최대 3년간 연장할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자 특수부 출신 38명과 법안 재검토 요구 의견서를 제출하며 반대 여론을 환기시키는 등 말년에도 ‘대쪽 검사’로 활약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