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정유사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내 자산에 가했던 제재를 완화한다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칭해 왔는데, 최근 ‘사회주의 정권과 야권 간 대화를 돕는다’는 취지로 마두로 정부와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P는 미국 재무부가 이날 자국 정유사 셰브론에 미 제재 이후 중단됐던 베네수엘라 내 생산 재개를 현지 사회주의 정부와 협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한적 허가’(narrow license)를 발행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마두로 정부가 오는 2024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보장을 목표로 야당과의 협상에 복귀하면 미국은 셰브론의 베네수엘라내 장비 출하를 허용한다. 그리고 협상이 성공하면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추출해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시나리오다.
앞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부는 이날 밤 멕시코에서 정부와 ‘협상 복귀를 위한 공식 회담’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조치인 장비 출하가 허용된 것이다.
다만 이번 제재 완화 관련해 셰브론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21세기 사회주의’를 도입하고 반미 국가들을 규합했던 고(故) 우고 차베스 전 정부와의 반목이 심화하기 이전까진 미국의 중요한 원유 공급국이었다.
다만 이번 제재 완화 관련 내용을 귀띔해준 미 행정부 당국자는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우리는 이 제재는 계속 이행하고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 요청에 적극 응해주지 않는 데 대해 ‘새로운 활로’ 모색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기준으로는 세계 1위다.
또한 중남미에서는 지난해 페루와 칠레에 좌파 정부가 출범한 데 이어, 오는 29일 예정한 콜롬비아 대선과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도 ‘좌향좌’ 정권교체가 예상돼 미 행정부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편 미 행정부는 내달 6~10일 로스앤젤레스 에서 미주정상회의 개최를 준비 중이다. 다만 쿠바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 ‘반미 국가’ 정상은 초청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에 멕시코와 볼리비아 등 ‘강성’ 정상들이 모든 미주 국가를 참석시키지 않으면 자신도 불참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미국이 입장을 바꿀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