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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의식 잃자…승객이 관제사 도움으로 비행기 착륙

입력 | 2022-05-12 14:25:00

착륙하는 비행기. 트위터


조종사가 비행 도중 의식을 잃는 아찔한 상황에서 비행 경험이 없는 일반 승객이 관제사의 도움을 받아 기체를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당시 이 비행기에는 조종사와 승객 단 두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한다.

11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북쪽에 있는 포트피어스의 관제사들은 전날 정오경 비행 중인 경비행기로부터 비상호출을 받았다. 당시 교신 녹음에는 “심각한 상황이다. 조종사의 의식이 흐려졌다. 나는 비행기 조종을 할 줄 모른다”는 다급한 승객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교신을 받은 관제사 로버트 모건은 “현재 위치가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승객은 “모르겠다. 앞에 플로리다 해안이 보인다”고만 했다. 이에 모건은 “비행기 날개의 수평을 유지하고 해안을 따라서 계속 비행하라. 우리가 위치를 알아내겠다”고 말한 뒤 위치 탐지에 나섰다.

4분 뒤, 관제소에서는 레이더로 승객이 탑승한 세스나 208 경비행기의 위치를 확인했다. 모건은 계기판의 배치도를 보며 승객에게 비행기 조작법을 하나씩 알려줬다. “날개를 수평으로 하고 내려올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조종간을 앞으로 밀고 아주 느린 속도로 하강하라” 등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착륙하는 비행기. 트위터


마침내 비행기는 팜비치국제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모건은 당시를 떠올리며 “승객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는 정말로 침착했다”고 말했다. 다른 조종사들도 “승객이 비행기를 착륙시켰다고? 맙소사”라고 놀라워했다.

모건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흥분해서 울 것 같았다”라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내 눈에는 그(승객)가 영웅이다.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비행교관 경험이 있어 비행기 착륙 안내에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건은 활주로에서 승객과 만나 포옹한 뒤 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그는 “흥분한 나머지 승객의 이름을 잊었다”고 아쉬워했다.

팜비치 소방구조대는 비행기가 착륙한 뒤 조종사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연방항공청은 이번 일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