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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없어 비닐 찬 아이들 “햇빛 보고 싶어요”…절박한 아조우스탈

입력 | 2022-04-30 19:27:00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로 피신한 아이가 기저귀 대신 비닐봉지를 차고 있는 모습. 아조우 연대 유튜브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참호로 삼아 러시아군에 저항 중인 가운데 제철소 내부의 처참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조우스탈을 방어하고 있는 아조우 연대는 제철소 지하에 피신한 주민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지난 18일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영상을 보면 군복을 입은 이들이 식량과 생필품 등을 전달하기 위해 제철소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는 어린아이들은 비닐 주머니를 테이프로 붙여 만든 기저귀를 찬 채 눅눅하고 곰팡이가 핀 방에서 자고 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중년 여성의 모습도 보인다. 과거 제철소 노동자의 유니폼으로 보이는 재킷을 입고 있는 이 여성은 몸을 파르르 떨고 있다. 그는 주변인들의 부축을 받아 침상에 누웠다.

한 아이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집에 가고 싶어요”, “햇빛을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로 피신한 중년 여성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눕고 있는 모습. 아조우 연대 유튜브 영상 캡처

아조우 연대는 러시아군이 제철소 내 병원을 폭격했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게시했다. 영상에는 20여 명이 깁스나 붕대를 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방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헤드 랜턴을 쓴 한 남성은 어둠 속에서 잔해를 파고 있고, 다른 남성은 주저앉아 충격을 받은 듯 손을 크게 떨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을 제외한 마리우폴 전역을 점령한 채 제철소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군, 현지 시민 등 수천 명이 제철소 지하에 몸을 숨기고 있다. 러시아군의 맹공격으로 모든 언론이 마리우폴을 떠나고 통신·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아조우 연대가 최근 올리고 있는 영상만이 현지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아조우 연대장인 스비아토슬라브 팔라마르 부사령관은 NYT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영상을 올리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적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분명히 민간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로피신한 아이들의 모습. 아조우 연대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유엔은 아조우스탈 내 민간인이 대피하는 방안을 러시아와 협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인도주의 회랑 구축 등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아조우스탈의 상황은 매우 절박하다”며 “그들은 구원을 간청하고 있고, 이는 수일 내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수 시간 내에 해야 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