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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번개처럼 보복할것”… 가스관 봉쇄 위협에 유럽 분열

입력 | 2022-04-29 03:00:00

폴란드-불가리아 가는 가스 끊은 러, “루블화 결제 거부하면 공급 중단”
伊-헝가리 등 러 요구 수용 움직임… “EU, 침공뒤 러서 83조원어치 수입”
EU 천연가스값 장중 24% 급등, 獨 “GDP 최대 5% 감소할 수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제3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여하면 번개처럼 빠르게 보복하겠다”며 확전을 위협했다. 러시아가 이날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근 가운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둘러싼 유럽 내부의 분열 또한 깊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나라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이 에너지를 무기 삼아 유럽을 ‘분할 통치(divide and rule)’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이라고 평했다. 이 여파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마르지 않아 현 사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스공장 찾은 폴란드 총리 27일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수도 바르샤바 인근 천연가스 운반업체 가즈시스템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렘벨슈치즈나=AP 뉴시스


○ 러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분열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회 연설에서 “외부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개입하면 번개같이 빠르게 대응하겠다. 우리는 보복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사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면 다른 유럽국에도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둘러싼 유럽 내부의 분열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 오스트리아 석유회사 OMV 등 최소 14개 이상의 유럽 기업이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루블로 이미 지급했거나 러시아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장관은 “가스의 85%, 석유의 65%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 공급원을 찾지 못했다”며 루블 결제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가장 앞장섰던 영국 또한 분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영국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2억7600만 달러(약 3450억 원)에 달하는 원유 190만 배럴을 수입했다고 폭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러시아가 침공 후에도 EU에 620억 유로(약 83조 원)어치의 에너지를 판매했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러시아 정부의 수입 또한 늘었다고 지적했다.
○ 천연가스값 급등에 EU 경제 타격

27일 EU 내 천연가스 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107.43유로로 전일 대비 4.1% 올랐다. 장중 한때 24% 급등했다. 미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도 이날 장중 한때 1.0515달러를 기록해 2017년 5월 이후 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포함해 주요국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워낙 높은 탓에 공급 중단 우려가 커지면 EU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독일연방은행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정부는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2%로 낮췄다.

미국과 서방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에너지부는 27일 엑손모빌 등 자국 에너지기업에 하루 250만 가구의 난방이 가능한 5억 세제곱피트(약 1415만 m³)의 천연가스 수출을 추가로 허용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 미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추가 예산을 요청하고 다음 달 3일 앨라배마주에 있는 록히드마틴 공장을 찾는다. 러시아 미사일 격퇴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재블린’ 미사일의 제조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또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체 에너지를 수급했다. EU 회원국 사이에 분열의 씨를 뿌리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다시 실패했다”며 회원국에 루블화로 가스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권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