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전략무기들을 총동원한 ‘심야 열병식’에서 “공화국의 핵무력은 언제든지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한 지 나흘 만에 나온 발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열린 열병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해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연설했다고 2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내달 새로 취임하는 윤석열 정부와 같은 달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작년 1월14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 평양 노동신문=뉴스1
앞서 김 위원장은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김 위원장에 먼저 친서를 보냈고, 이튿날 김 위원장의 답장이 온 것. 김 위원장은 ‘남북 협력에 임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남과 북이 계속해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얼마든지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회신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대화를 강조하며 도발 중단을 우회적으로 요청했지만, 북한은 전날 오후 10시를 넘겨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해 핵무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드러냈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는 2만 명 이상의 병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도 총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