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취임식서 구조개혁 강조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1일 청와대에서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와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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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21일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제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꿔야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오후 취임식을 거쳐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윤석열 차기 정부의 통화정책을 책임질 이 총재는 15분가량 이어진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재정정책 등에도 목소리를 내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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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의 ‘질적 성장’을 주문한 이 총재는 “소수의 산업과 국가로 집중된 수출과 공급망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이를 감수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자원 재배분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저성장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론 안 되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통화정책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 본연의 역할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데, 왜 이렇게 큰 거시적 담론을 이야기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봤을 때 한은도 통화·금융정책을 넘어 올바른 방향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부채의 지속적인 확대가 자칫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부채 문제 연착륙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2(안정적)’로 유지했지만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부채가 많은 몇몇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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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