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소년이 있다.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뒤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며 ‘괴물’처럼 거칠게 자라난 곤이. 다시 친부모를 찾았지만 어릴 때 겪은 상처로 인해 작은 파장에도 크게 동요하는 감정 과잉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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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장면과 스토리를 거의 똑같이 옮겼다”고 말한 김태형 연출의 말대로 뮤지컬은 소설을 ‘그대로’ 무대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부분적으로 모티프를 따오는 각색이 아니라 인물, 사건, 구성도 원작 소설을 충실히 따랐다. 그래서인지 사건을 쌓아올려 서사의 강도를 높여가기 보다는 인물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인물의 내면 상태를 직접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소설과 달리 인물이 겪는 사건을 통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야 하는 공연에선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다른 작품에 비해 인물의 독백을 자주 활용하지만 장면을 소개하는 기능에 그치는 것도 아쉽다.
잔잔한 서사 대신 무대를 가득 메우는 건 웅장한 넘버들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이성준 작곡가가 쓴 넘버들은 곡 안에서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매듭지어 뮤지컬의 극적 매력을 배가시켰다. 세련된 디자인에 색감이 다채로운 무대도 주요 볼거리다. 감정표현이 커질 수밖에 없는 무대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문태유 홍승안)의 안정적인 연기를 볼 수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