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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관료왕국’ 1기 내각·비서실… ‘신발 속 돌멩이’는 누가 빼나

입력 | 2022-04-14 00:00: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을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초대 비서실장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정했다. 관료 출신인 김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 경제정책비서관, 이명박 정부에선 대통령경제수석, 정책실장을 지냈다.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라고 강조해온 윤 당선인이 ‘경제 원팀’을 완성하기 위해 비서실장까지 경제 전문가로 골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미 지명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역시 관료 출신이란 점이다. 한 후보자는 상공부 등을 거쳐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추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15년간 산업자원부에서 일했고,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역시 해수부 출신이다. 경제정책을 좌우할 최고위직이 대부분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관치(官治)의 뿌리가 깊은 정부 조직에서 경력을 쌓은 공무원 출신들은 업무 안정성이 강점이다. 하지만 경제 패러다임을 민간 중심으로 바꾸고, 정부 권한을 줄이는 규제개혁에는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윤 당선인이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겠다”고 강조하고, 추 후보자가 “기업 발목을 잡는 족쇄를 빨리 풀고 모래주머니를 벗겨 드려야겠다”고 했지만 인수위는 아직 전체적인 규제개혁 청사진조차 내놓지 못했다.

경제 악재로 둘러싸인 차기 정부의 정책 수단은 심하게 제약돼 있다. 현 정부에서 급증한 나랏빚 탓에 재정정책은 한계에 부닥쳤다. 가계부채는 1900조 원에 육박하고 물가는 급등해 한국은행은 경기침체가 우려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 남은 건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기업 투자를 끌어내는 방법뿐이다. 3년 넘게 첫 삽도 못 뜬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공장 문제 같은 걸 풀어내는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규제를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붉은 깃발’이라 비판하며 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새 규제를 양산하고, 규제에 의지해 권한을 행사하는 관료들에게 개혁의 운전대를 맡겼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의 성공을 원한다면 윤 당선인은 관료들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결과까지 직접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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