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IPCC, 각국에 동참 호소 온난화 수준 ‘1.5도 이내’ 지키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3% 줄여야 현재 노력만으론 순배출량 못 줄여… 태양광-풍력 위주로 발전원 바꾸고 농업-임업 환경도 친환경적 개선을… 선진국이 적극적으로 실천 나서야
게티이미지코리아
4일 공개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제3 실무그룹 보고서에는 이 같은 지구온난화가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 담겼다.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는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경고도 들어 있다. IPCC는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 만한 기후 전망으로 꼽힌다. 이번 보고서에는 전 세계 195개국, 4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 “현 수준의 노력으론 지구온난화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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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따라 지구 온도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소개됐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은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모두 ‘넷제로(탄소중립)’에 도달한 경우다. 이산화탄소는 2050∼2055년, 온실가스는 2070∼2075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경우 지구 온도 상승폭은 1.2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반면 이산화탄소 넷제로 시점이 2070∼2085년으로 지연되면 지구 온도가 1.5∼1.8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59Gt(기가톤·1Gt은 10억 t)이다.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때 2030년 순배출량은 57Gt으로 큰 차이가 없다. 국제사회가 함께 추진 중인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해도 순배출량은 50∼53Gt에 이른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16Gt 이상의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열쇠는 선진국이 쥐고 있다. 2019년 최빈국의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7t으로 전 세계 평균(6.9t)의 4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북아메리카 지역이 연간 19t으로 남아시아(2.6t)의 약 7배에 달했다. 전 세계 인구의 48%가 1인당 6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체에너지 비용 대비 효과 높아
이번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선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각각 연간 4Gt 안팎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력발전은 연간 약 1Gt의 감축 효과가 있지만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보다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오채운 녹색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원전 폐기나 사고 발생에 대한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운송 분야에선 전기자동차 보급과 항공 및 해운 등 장거리 수송 분야의 바이오연료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IPCC는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를 1∼10%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기후 분야 투자도 절실하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2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현재의 3∼6배 규모의 기후 금융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 방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한 이전 보고서와 달리 이번엔 개인의 에너지 소비 형태 변화 등 수요 측면을 강조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의 주저자로 참여한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은 “에너지 수요를 적절히 조절하지 않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에너지 가격 조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