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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위험 정신응급환자 24시간 대응”

입력 | 2022-04-12 03:00:00

계요병원-아주편한병원 2곳 지정
의사-간호사 24시간 상주하며 치료
年 3억씩 지원… 올해 2곳 추가공모
道, 청년 정신과 진료-입원비 지원




경기 북부 지역에 사는 A 씨는 올해 1월 11일 오전 2시경 “조현병이 있는 30대 딸이 집에서 옷과 집기류에 불을 지르려 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집에는 칼과 깨진 유리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A 씨의 딸은 경찰에 “나는 불안하지 않아요”라고 횡설수설하면서 욕설을 하는 등 정신질환 증상을 보였다.

경찰은 응급입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연락했지만 “병상이 없다” “의사가 없다” 등의 이유로 당장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관 2명은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A 씨 집에서 보호조치를 하다 병원에 입원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응급 정신질환자가 발생할 경우 한 사람을 돌보기 위해 다수의 인력이 투입돼 지구대와 파출소 업무가 마비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환자인 만큼 신속하게 입원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경기도내 병상이 부족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민간 병원 2곳, 24시간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경기도는 정신질환자가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민간 병원에 응급입원 시스템을 마련했다. 경기도는 ‘계요병원’ ‘아주편한병원’ 등 2곳(6개 병상)을 정신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의사와 간호사가 24시간 병원에 머물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응급환자들을 입원시키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는 1년 동안 두 병원에 각각 3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재훈 아주편한병원장은 “공익적으로 지역사회의 어려운 환자를 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원했다”며 “경기도와 함께 소통을 통해 정신응급환자를 돕기 위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에 따르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건수는 2020년 888건에서 지난해 1148건으로 29.3% 늘었다. 하루 3.1건이 정신질환에 따른 응급입원 사례인 셈이다. 하지만 도내 24시간 운영 정신응급의료기관은 현재 공공의료기관인 ‘새로운 경기도정신병원’과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2곳뿐이다.

도는 ‘계요병원’ ‘아주편한병원’ 등 시범운영하는 2곳 외에 올해 정신응급의료기관 2곳을 추가 공모할 계획이다.

엄원자 경기도 정신건강과장은 “지속적으로 정신응급의료기관을 확대해 모두가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36만 원 지원
경기도는 정신질환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비와 입원비를 지원한다. 도는 2020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년 마음건강 진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병 초기 꾸준한 치료를 하면 청년들의 정신질환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어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정신질환자 지원 및 자립 촉진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한다.

도는 조현병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처음 진단받은 만 19∼34세 청년에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 여부나 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고 1인당 최대 연간 36만 원의 진료비를 준다. 입원 치료비로 연 최대 1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정신질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신질환자가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