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수사학자
대통령은 국가의 운명을 종말 단계에서 결정하는 단 한 사람의 고독한 터미네이터다. 결정은 신중·신속해야 한다. 해리 트루먼은 ‘대통령직은 지옥’이라고 했다. 외신은 3·9대선을 ‘Too Close to Call(판정하기 어려운 박빙)’이라고 했다. 의석수는 제1당이 172석, 제2당이 110석, 그 외 합계가 18석이다. 여야는 ‘입법품앗이’(logrolling·북미 개척기 통나무를 굴려 각 가정으로 운반했던 벌목꾼들의 품앗이에서 유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다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협의제 민주주의다. 고대 로마 공화정에서도 협치를 했다. 집정관(consul)은 ‘원로원과 협의(consultation)하는 자’라는 뜻이다.
윈스턴 처칠은 바이런의 시 ‘청동기 시대’의 한 구절을 빌려 1940년 5월 13일 ‘피·수고·눈물·땀’ 연설을 했다. 6월 14일 독일군이 파리에 무혈입성하자, 18일 하원에서 외친다. “이 재앙의 서곡이 된 지난 몇 해 동안의 정부와 의회의 처신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다. 어리석은 처사다. 과거와 현재를 갖고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현 정부는 모든 정당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통합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이 ‘총리 지도력’이라는 것을 그는 인식했다. 1943년 말 루스벨트·처칠·스탈린의 테헤란 회담에서 스탈린은 독일의 전쟁 도발을 영원히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군 전체 병력은 약 5만 명의 장교에 달려 있소. 전쟁이 끝날 때 일망타진하여 5만 명 모두를 총살하면 독일의 군사력이 소멸할 것이오.”(스탈린) “영국은 대량 처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차라리 나 자신이 지금 당장 정원으로 끌려나가 총에 맞겠소.”(처칠) 처칠은 과도한 청산을 경계했다.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누군가가 노새 한 마리를 선물하자,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노새를 다룰 줄 모른다. 의사당에 수백 마리의 노새(민주당 의원)가 있다.” 취임 초 100일 동안 만남의 자리를 49회 마련해 상하원 의원 총 535명 중 467명을 만났다. 한국의 대통령은 명칭에 충실해지려는 듯 군림도 하고 통치도 하는 선출된 군주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하지만 ‘대통(great command)’ 아닌 ‘대통(greatly effective communication)’이 진정한 대통령의 지도력이다.
이윤재 수사학자